정쟁으로 계속 헛바퀴… 하루빨리 진행 시켜야
2025년 한국 경제가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 연구기관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1%대 중반으로 예상한다. 1960년 이후로 지금까지 65년 동안 2%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다섯 번에 불과하다. 그래서 2025년은 여섯 번째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굳이 이러한 통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체감 경기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그래서 추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반론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 너무 늦어 버렸다. 2024년의 경기 흐름을 보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비 1.3%에 달하였지만, 2분기에는 -0.2%의 역성장으로 전환되었고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0.1%로 거의 제로 성장을 기록하였다. 내수 경기의 척도인 소비 지표는 이미 2023년 2분기부터 침체 국면에 들어가 아직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경제 지표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경기 침체를 경고했다면, 최소한 작년 하반기에는 추경이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야 추경이 논의 중이고, 그것조차도 언제 합의가 될지는 요원하다. 그리고 설령 지금 추경을 편성한다고 하더라도 경기 부양 효과는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예상되는 경기 흐름상에서 추경의 효과가 집중되어야 하는 시기는 올해 상반기이다. 경기(선행)동행지수나 경제성장률 추세 이격도를 고려할 때, 민간 경제 주체들이 가장 힘든 시기는 지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 집행의 절차적 과정 그리고 추경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 등을 고려하면, 오늘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아무리 빨라도 하반기 늦은 시기에나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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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추경에 대한 논의는 빨리 진행될 필요가 있다. 재정 당국이 올해 연간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경기에 대응할 재정 여력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재원 확보 차원에서 추경을 통해 재정 지출 규모를 늘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비록 상반기에 추경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했으나, 추경 편성을 통해 시장에 시그널 효과, 즉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줄 수 있다. 최근의 불황 국면은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지금이 ‘심리가 곧 경제’라는 말이 적용되는 순간이다. 둘째, 추경의 논의에서 추경의 주된 목적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인지, 장기 불황 국면을 버티는 것인지, 아니면 수십 년 뒤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는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추경안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방향성이 섞여 있어 왜 추경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추경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셋째, 개인적으로는 추경의 규모가 논의의 진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20조원과 35조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말 필요하다면 100조원도 가능하다. 한 달 뒤 마을잔치가 있더라도 오늘 굶어 죽는다면 잔치를 포기하고 지금 돈을 써야 한다. 다만 우리가 명심할 것이 있다. 지금 우리가 쓰는 돈은 젊은 세대들이 미래에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 할 빚이다. 우리 자식 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그럼에도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추경을 해야 한다면,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정말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이미 타이밍을 놓쳐버린 추경은 정치권 내에서 계속 헛바퀴를 돌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이 심각하고 저마다의 국정 운영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여야 간은 물론이고, 여당 내, 야당 내 여러 다양한 논의에서 공통점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사회 시스템상 정치는 경제의 상부구조이다.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필자가 오랫동안 연구기관에 있었지만, 지금처럼 이 정도로 추경이 정치 쟁점화되었던 기억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규모, 분야, 타이밍, 미래 세대의 부담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어떤 추경이든 빨리했으면 한다. 최소한 국민과 기업에 주는 시그널 효과만이라도 건졌으면 한다. 한편, 다른 이야기지만, 지금도 얽히고설킨 추경 논의는 정치권으로 국한되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추경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두었으면 한다. 오지랖이다. 자기 일이나 제대로 하든지, 지금 한국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책임을 묻자면 추경의 실기(失期)보다 통화정책의 실기가 더 크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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