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는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중국, 대만과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2010년 9월 이 해역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에 퇴거 명령을 내렸으나 응하지 않자 나포했다. 중국이 선장과 선원 석방을 요구하자 일본은 “법대로 하겠다”며 버텼다. 그러나 중국이 희토류(稀土類)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경제 보복을 단행하자 사태 발생 18일 만에 일본은 사과하고 선장 등을 석방했다. 전략무기로서 희토류의 위력을 전 세계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희토류는 ‘희귀한 흙’이라는 뜻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양이 많지 않은 희귀 금속 17종을 말한다. 열과 전기가 잘 통해 반도체·스마트폰·전기차 등을 만드는 핵심 원료라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하지만 채굴·정제과정이 어렵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1980년대부터 선진국들이 손을 떼자 막대한 매장량을 보유한 데다 환경 규제·노동 인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중국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정제·가공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무역전쟁에서 동원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희토류다. 그래서 미국도 희토류 확보에 목을 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우리는 수백만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고 희토류를 담보로 원한다”고 했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팔라고 끊임없이 압박하는 건, 이 땅에 세계 가용 매장량의 20%에 해당하는 희토류가 매장돼 있어서다. 미국이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최근 사마륨, 디스프로슘 같은 희토류 금속과 합금, 산화물을 수출통제 품목으로 묶자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하며 다음 달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다. 희토류가 미·중 협상 규칙마저 바꾸고 있다. 이번 희토류 전쟁에서 미국이 얼마나 버틸지,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다. 희토류를 얻으려고 심해와 달까지 노리는 시대다. 우리도 희토류 공급망 위기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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