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단장 니코 해리슨은 농구계에서 오래 몸 담은 이력을 보유한 이는 아니다. 몬태나 주립대까지 농구 선수 생활을 하긴 했지만, NBA 경험은 없고 대학 졸업 후 스포츠 업계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의 주요 이력은 역시 세계 스포츠 브랜드 넘버원인 나키이다. 2002년부터 2021년까지 19년간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시작해 최종 직책은 나이키 북미 농구 운영 부문 부사장이었다. 나이키에서 일하며 NBA 선수, 에이전트, 구단 관계자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 구축으로 명성을 얻었고, 이 경력을 토대로 댈러스의 단장으로 2021년 취임했다.
하지만 해리슨은 나이키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2013년 스테픈 커리가 신기에 가까운 3점슛 능력을 앞세워 NBA 아이콘으로 부상할 때쯤, 커리와 나이키의 재계약 이슈가 있었다. 당시 프레젠테이션 최종 담당자였던 해리슨은 PT 자료를 케빈 듀란트와의 계약 때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 사용했고, 이름마저 듀란트를 커리로 바꾸지 않았다. 이에 크게 실망한 커리는 나이키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언더아머로 메인 스폰서를 바꿨다.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커리에 힘입어 언더아머는 이후 급성장을 했다. 현재 스포츠 브랜드 넘버원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나이키에 커리가 일원으로 있다면? 지금의 위기는 좀 더 덜해지지 않았을까.
해리슨은 NBA 단장으로 온 이후 카이리 어빙, P.J 워싱턴 등의 트레이드를 주도하며 댈러스의 2023~2024시즌 NBA 파이널 진출에 공을 세웠다.

그러나. 2024~2025시즌 NBA를 넘어 세계 프로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세기의 트레이드’를 독단적으로 주도했다. 데뷔 이후 곧바로 댈러스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등극해 2년차인 2019~2020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5년 연속 올-NBA 퍼스트팀 선정에 빛나는 루카 돈치치를 팔아버렸다. 반대급부는 공수겸장의 빅맨 앤서니 데이비스. 아무리 데이비스가 좋은 선수라 해도 돈치치는 이제 1999년생의 어린 나이고, 데이비스는 1993년생으로 서른을 넘겼다. 게다가 ‘인저리 프론’이라 불릴 만큼 잦은 부상으로 고생하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돈치치를 팔아넘긴 것이다. 신인 지명권이라도 다발로 얻어왔으면 이해가 갈 수 있지만, 받아온 것은 2029년 1라운드 지명권 한 장 뿐이었다. 이 트레이드 이후 댈러스 팬들은 불매운동과 반대 시위를 벌일 정도였다.

결국 사달이 났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돈치치는 부상으로 장기 결장 중이었고, 데이비스는 건강했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댈러스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경기였던 지난달 9일 휴스턴 로키츠전에 출전해 31분 동안 26점 16리바운드 7어시스트 3블록슛의 훌륭한 기록을 남겼지만, 3쿼터 후반 통증을 호소하며 빠졌다. 진단 결과는 왼쪽 내전근 염좌. 최소 4~6주는 코트에 서지 못하는 부상이다. 최근 보도인 지난 21일에도 데이비스는 2주 이후 재검진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반면 돈치치는 건강한 모습으로 코트에 복귀했고 르브론 제임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며 레이커스는 서부컨퍼런스 2위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해리슨이 돈치치를 팔아넘길 수 있었던 데는 카이리 어빙의 존재가 컸을 것이다. 메인 볼핸들러인 돈치치가 없어도 어빙이 그 자리를 물려받아 게임을 리딩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어빙마저 부상으로 쓰러졌다. 어빙은 지난 4일 댈러스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서 열린 새크라멘토 킹스와의 경기에서 1쿼터 중반 골밑 돌파를 시도하다 무릎을 다쳤다. 병원 진단 결과는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시즌아웃이다. 게다가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재활에만 최소 1년이 걸리는 큰 부상이다. 최소 내년 3월까지는 뛸 수 없다는 얘기다. 즉, 2025~2026시즌에도 대부분을 뛰지 못한다.

어빙의 부상으로 댈러스는 시즌이 끝났다. 지난 시즌 파이널을 이끈 돈치치와 어빙이 모두 사라졌다. 데이비스가 돌아온다 해도 그는 메인 볼핸들러 역할을 해줄 수 없는 빅맨이다. 해리슨의 독단으로 시작한 초대형 트레이드는 댈러스의 몰락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이정도면 댈러스가 해리슨을 배임으로 고소를 해야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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