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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러시아 위협에… 폴란드 등 4국 “대인지뢰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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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9 09:43:29 수정 : 2025-03-19 09: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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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인지뢰 금지한 ‘오타와 협약’ 체결
폴란드·발트 3국 “그 사이 안보 환경 악화…
영토·자유 방어에 필요한 모든 조치 취할 것”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동유럽 폴란드와 북유럽 발트 3국이 대인지뢰금지협약 탈퇴를 결정했다. 1997년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체결돼 ‘오타와 협약’으로도 불리는 이 협약은 대표적 살상 무기인 대인지뢰의 생산·사용·비축 등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세계 160개국 이상이 협약에 서명했으나 한국 등은 협약 당사국이 아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어느 지역에 지뢰가 매설돼 있음을 알리는 경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18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폴란드·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4개국 국방부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오타와 협약 체결 후 러시아와 그 동맹인 벨라루스로부터 안보 위협이 현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군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쪽 측면을 방어하려면 유연성과 선택의 자유가 부여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나토 회원국들 가운데 북유럽 및 동유럽에 위치하면서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을 ‘나토의 동쪽 측면(eastern flank)’이라고 부른다.

 

1991년 소련(현 러시아) 해체에 따라 독립국이 된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3국은 나토 및 유럽연합(EU) 가입 직후인 2005년 오타와 협약에 가입했다. 폴란드의 경우는 조금 늦어 2012년에야 오타와 협약 당사국이 되었다. 문제는 그 이후 유럽의 안보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2014년 이웃나라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 크름(크림)반도를 강제로 점령했다. 군사력이 약한 우크라이나는 변변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자국 영토를 러시아에 빼앗겼다. 그로부터 8년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에 나서 벌써 3년 넘게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와 발트 3국은 개전 후 우크라이라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미국이나 독일, 영국 같은 강대국에는 못 미치나 이들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의 군사 원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푸틴이 폴란드나 발트 3국 등 다른 ‘먹잇감’을 노릴 수 없게 된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강대국이 국제법을 어기고 이웃나라를 침략해 이익을 취하는 나쁜 선례가 생겨나선 안 된다는 신념도 한몫했다.

 

러시아 육군 장병들이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노획한 미국산 M777 곡사포를 살펴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병역 자원 감소와 미국 등 서방의 군사 지원 축소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으로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 협상 소식은 폴란드와 발트 3국 입장에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트럼프는 푸틴의 주장을 받아들여 ‘우크라이나 영토는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는 국토의 약 20%를 러시아에 점령 당한 상황이다.

 

이날 4개국 국방장관은 공동 성명에서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우리는 우리의 영토와 자유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같은 처지에 내몰리지 않기 위해선 대인지뢰를 비롯한 모든 무기를 총동원해야 한다는 결의를 내비친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대인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된 국가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는 오타와 협약 가입국이지만 유엔에 “러시아의 침공으로 협약을 준수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해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인도, 러시아, 파키스탄, 미국 등은 오타와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한국과 북한 또한 오타와 협약 당사국이 아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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