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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재개되면 韓 패싱 막기 힘들 것”

입력 : 2025-04-23 22:00:00 수정 : 2025-04-23 23: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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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라드 前 주북한 영국 대사

“대북정책 방향 트럼프도 모를 것
北이 먼저 美에 다가갈 가능성
그땐 한국 입지 굉장히 큰 우려

北 폐쇄성 등 상황 매우 악화
南 차기정부에 바라는 건 지원
트럼프가 노벨상? 어려울 것”
“북·미 대화 재개요? 어느 날 눈 떠 보면 한국이 소외돼 있을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존 에버라드 전 주북한 영국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소통할 때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으며, 정부가 이를 대비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3일 아산정책연구원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개최한 ‘아산플래넘 2025’ 기자회견을 통해 그는 북·미 대화 추진 시 “한국의 입지에 굉장히 큰 우려가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존 에버라드 전 주북 영국대사가 23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25’에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27년간 외교관으로 일하며 벨라루스, 우루과이, 북한에서 영국 대사직을 역임한 에버라드 전 대사는 자신이 북한에 거주했던 2006∼2008년에 비해 지금 북한의 상황은 매우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큰 영향을 미치던 당시보다 훨씬 더 폐쇄적인 사회가 되면서다. 따라서 최근 한국 정부가 북한에 한국 방송이나 정보를 보내는 것의 영향은 미미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에버라드 전 대사는 2023년 11월 무렵 탈북한 이일규 전 쿠바 주재 정무참사의 발언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계획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재회가 있으며, 먼저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관련 예산 축소를 공언해 온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고 전망했다.

 

에버라드 전 대사는 북한이 한국 정치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6월 조기 대선 후 차기 정부가 보수냐 진보냐를 신경 쓰기보다는 “남한 정부로부터 돈을 얻어내려는 생각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때 북한과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얻은 것은 별로 없고 국제 제재만 강화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를 고려해 접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북한군 포로와 관련해 에버라드 전 대사는 “한국 정부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이른 시일 내 전쟁 포로를 석방할 것 같지는 않다”며 “현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인들의 탈북 의지도 생각보다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군이 러시아로 파병됐을 때 우크라이나 국경 등에서 탈북 시도 가능성이 예상됐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100일이 다가오도록 대북정책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트럼프 본인도 언제 발표할 것인지 모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감시 체제를 대체하기 위해 발족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의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 때라면 모를까 트럼프 대통령은 MSMT 언급을 전혀 안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될 것인지 미지수”라고 관측했다.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논의가 북한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묻는 질문에 에버라드 전 대사는 “제 경험상 북한 고위관료들은 감축을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북 정권이 미국과 한국에 적대적 행위를 할 명분이 되는 주한미군이 없어지는 것을 더 불편해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북한과의 대화 등을 통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려는 야욕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실제로 수상한다면) 정말 싫을 것 같다”며 “노벨상 위원회가 이와 관련해 얘기한 것이 전혀 없고, 국제적 시스템에도 해를 가하고 있는 트럼프 같은 이가 노벨 평화상을 받을 가능성은 요원하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북·러 군사협력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도 이어졌다. 군사, 북한 전문가인 미국의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간 서명을 마친 방위비 협상을 다시 재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면서 “제가 한국 대통령이라면 선제적으로 분담금을 올리겠다고 한 뒤 새로운 장비와 역량을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넷 연구원은 “더 나은 전투기, 감시·정찰 역량 강화 등을 의제에 올리면서 미국 장비를 상당 부분 구매하겠다고 하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본인이 언급했던 50억달러 이상의 거래를 한국이 제시한 셈이 된다”며 “이것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대응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한 것은 “정권 입장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지고 감행한 도박”이라고 봤다. 베넷 연구원은 “무기 사용이 가능한 핵심 성분(엘리트 계층)의 하나뿐인 아들들을 총알받이로 보냈기 때문에 가족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북한 내부 동요를 정보라는 강력한 무기로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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