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개 의대의 유급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여전히 불투명한 의대생의 복귀를 놓고 의료계에서도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생들을 준회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면서 내부에서도 “의대생을 ‘방패막이’로 쓰려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협은 27일 제77차 의협 정기대의원 총회를 열고 정관 제9조의2를 신설해 ‘국내 대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전문대학원의 학생은 협회의 준회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추가했다. 이는 최근 대정부 투쟁을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의대생들에 대한 법적 보호와 지원 등을 하기 위해서다. 준회원 자격만 갖고 회비와 투표권 등 의무∙권리는 없다.
의협이 의대생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정관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의대생들의 유급이 이달 말 현실화하는 것에 대해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전국 의대 학생회와 의대생단체에 만남을 공식 요청했지만, 의대생 측의 공식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의대생 내부에선 이제는 돌아갈 때라는 목소리도 분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대생은 의사가 아니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총회에서 홍순철 의협 대의원(고려대 안암병원 교수)은 “의대생은 의사도 의협 회원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의대생들이 지금 복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의협에서 의대생 관련 입장을 명확히 했으면 한다. 의협이 계속 의대생들을 방패막이로 쓸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의대생들은 성인이고 이 갈등 사태에서 스스로 의지를 갖고 나왔다. 의대생들이 회원이 아니라고 해서 법률 지원하지 말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대선 기간 정책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대응 방안도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을 논의할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구성을 놓고도 위원 추천을 거부하고 나서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에 따르면 추계위는 위원의 과반수가 공급자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복지부는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병협) 외에도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총 6곳을 공급자단체로 보고 위원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어떤 기준으로 의협과 병협을 제외한 나머지 단체들에 위원 추천 공문을 보냈는지 복지부 설명이 없다”며 법에 명시된 공급자단체가 의협과 병협 등 2곳만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복지부는 의협이 아닌 의료계 단체에서도 공급자 측 위원을 추천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법 제28조에 따른 의료인 단체로 규정된 부분이 의협을 의미하는 것이고, 추계위 관련 사항이 명시된 보건의료기본법 제23조의2에는 공급자단체를 ‘보건의료인력 직종별 단체 및 의료기관단체’로 규정하고 있어 의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의협이 끝까지 위원 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의협 몫 위원이 빠진 채로 추계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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