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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까지 번질까 걱정돼 잠 못잤다"…뜬눈 밤샌 대구산불 이재민들

입력 : 2025-04-29 07:27:21 수정 : 2025-04-29 07: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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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다 누웠다 몇번 반복했는지 모른다"…"집에 가도 되냐" 묻는 주민도
"출근해야 하는데 연차 쓸까 고민중"

"집 뒷산에 불기둥이 환히 보였어요. 너무 걱정돼서 밤새 한숨도 못 잤습니다."

29일 오전 6시께 대구 북구 동변중 강당.

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오전 대구 북구 동변중학교 강당에 설치된 대피소에서 주민과 공무원 등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전날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이곳에는 조야동, 서변동 등 주민들이 대피해있었다.

아직 잠을 청할 시간이었지만, 강당 밖 복도에는 어르신들이 굳은 표정으로 멀리 피어오르는 산불 연기를 바라봤다.

이따금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헬기가 보이면 손으로 가리키며 웅성거리기도 했다.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다는 70대 어르신은 "아무래도 잠들기 쉽지 않더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밤새 잠을 설치다가 다시 누웠다가를 몇 번 반복했는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불이 꺼져있는 강당 내 주민들도 쉽게 잠에 못 든 건 매한가지였다.

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오전 대구 북구 함지산이 불타고 있다.

텐트에서는 여기저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안부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 어르신은 "텐트가 너무 답답하다"며 강당 내 의자에 앉아 뉴스를 봤다

오늘은 집에 가도 되냐며 공무원에게 묻는 주민도 있었다.

김모(45)씨는 "오전 3시에 강당으로 대피했다"며 "집에 있어도 되겠다 싶었는데 소방관들이 문을 두들기면서 빨리 대피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집 앞 공원에 나가니 불기둥이 벌겋게 보이더라"며 "불이 집까지 번질까 싶어서 걱정돼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그러면서 "출근해야 하는 데 연차를 쓸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29일 오전 대구서변초등학교 조야분교장에 설치된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서 공무원들이 잔불 진화 작업 투입 준비를 하고 있다.

윤모(58)씨도 "아파트 뒷산에 밤하늘이 환할 정도로 불길이 보이더라"며 "너무 걱정돼서 상황 보고 집을 살펴보려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씨는 강당 밖에 주차된 차를 손으로 가리키며 "자녀들은 불편하다고 차에서 밤새 지냈다"고 했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팔달초 180명, 매천초 102명, 동변중 92명, 연경초 66명, 동평초 16명 등 주민 456명이 산불 대피소로 대피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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