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세, 韓 재계와 첫 소통…정 회장이 주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29일 한국을 찾았다. 1박2일 일정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개별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오후 6시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했다. 검은색 모자를 쓰고 긴소매 셔츠를 입은 편안한 복장의 트럼프 주니어는 도착 직후 간단한 수속을 마친 뒤 준비된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그를 기다리는 취재진이 현장에 몰렸지만 트럼프 주니어는 ‘007작전’을 방불케 하며 빠져나갔다.
트럼프 주니어는 정 회장 부부와 만찬을 하기 위해 곧바로 정 회장의 자택으로 이동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프 주니어가 방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국내 한 보수 청년단체가 주관한 정치 콘퍼런스 ‘빌드업코리아 2024’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이번 방한은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두터운 정 회장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달라는 국내 재계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30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릴레이 단독 면담을 갖는다. 면담 대상자는 20명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 실세와 한국 재계 간의 첫 소통의 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 사업 비중이 큰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전자, 철강 관련 기업 총수의 관심이 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시간은 개인당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안팎이 예상된다. 대기업 총수들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상호 관세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기업 총수 외에 정·관계 인사와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정 회장은 ‘호형호제’ 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10년 전 어느 언론사 행사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적 있음”이라고 적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5박 6일간 머물렀고,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과도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아내인 한지희씨와 함께 참석했다. 취임식 전에 열리는 비공식 행사뿐 아니라 취임식 당일의 ‘스타라이트 볼(Starlight Ball)’ 무도회에도 참여했다. 스타라이트 볼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가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만찬을 겸한 사교 무도회다.
당시 정 회장은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주니어와는) 원래 친한 사이다. 스스럼 없이 대화하고, 스스럼없이 만나는 사이”라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정 회장은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 기반의 트럼프 일가와 종교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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