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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정변 주역’ 김옥균의 한글 친필 편지 英서 확인… “조선은 십 분의 십 분을 다하지 않으면 어렵소”

입력 : 2025-06-15 20:55:50 수정 : 2025-06-15 21: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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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대 도서관서 발견
1884년 4월 15일에 작성 추정
조영수호통상조약 비준 앞두고
동아시아 담당자에 보낸 서한
영문 번역 연필로 덧붙어 있어
“개혁 의지 반영된 희귀 자료”

1884년 12월4일 발생해 ‘3일 혁명(천하)’으로 끝난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1851∼1894·사진)이 쓴 한글 편지가 영국에서 발견됐다.

 

15일 학계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에서 한국·일본 자료를 전담하는 책임사서 오지연(영국명 지연 우드)씨가 김옥균이 영국 고위 외교관에게 보낸 서한을 최근 확인했다.

 

서한에는 청나라 연호가 아닌 조선 개국년도로 ‘개국사백구십삼년 삼월념일’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토대로 1884년 4월15일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는 주일 영국공사, 주중 영국공사 등을 지내며 영국에서 동아시아 외교를 담당한 해리 파크스(1828∼1885)에게 보낸 것으로 보인다. 파크스는 일본 메이지유신에 큰 영향을 끼친 ‘막후 조력자’로 평가받는다. 서한의 내용, 필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김옥균의 친필 서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갑신정변 주역 김옥균이 영국의 대아시아 외교 거물 해리 파크스에게 보낸 친필 한글 서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도서관 해리 파크스 아카이브에서 발견됐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 해리 파크스 아카이브에 1세기 이상 보관된 이 한글 서한에는 영문 번역이 연필로 덧붙어 있으며, 225자 분량이다. 오씨가 현대어로 번역한 편지 내용은 이렇다. “당신이 조선 오실 때 나는 일본에 있어 뵙지 못하고 섭하오. 당신이 조선 공사 하신 일은 조선을 위하여 경사롭소. 당신 생각은 어떠하신지 모르오나 나는 일본에 여러 번 와서 일본 사정을 대강 알거니와 일본이 전습을 개혁하고 나라 모양이 되기는 당신 공이 십분의 팔 분인 줄 내가 잘 알았소. 조선 일은 당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선은 십분의 십 분을 다 생각지 아니시면 어렵소. 내가 간사한 말 아니 하는 줄 응당 아실 듯하오. 아수돈씨한테 자세히 들으십시오.”

 

서한은 김옥균이 1884년 5월 일본에서 돌아오기 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옥균이 초대 조선 주재 영국 총영사 윌리엄 애스턴(1841∼1911)을 통해 파크스가 1884년 4월 조영수호통상조약 비준을 위해 입국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보낸 듯하다. 실제 편지 속 ‘아수돈씨’는 애스턴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한글 문장 옆에는 영어로 번역한 흔적이 남아 있다.

 

근대 한국 외교사 전문가로 해당 서한을 검토하고 자문에 응한 김종학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서한 작성 시점을) 청나라의 연호가 아니라 개국년도로 쓴 점은 독립을 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당시)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을 언급하는 듯한 일부 표현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한에서 김옥균은 파크스의 입국을 “경사”라며 반기고 “일본의 개혁(메이지유신)에서 당신의 공이 십 분의 팔 분”이라 치하하며 “조선 일은 당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선은 십 분의 십 분을 다 생각지 아니하시면 어렵소”라고 했다. 정변 계획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쿠데타를 통한 근본적이고 철저한 개혁을 암시한 대목이다.

 

현존하는 김옥균의 한글 서한이 희귀한 데다 애스턴의 친필 영문 번역이 추가되어 있고, 갑신정변 8개월 전에 영국의 대아시아 외교 거물 파크스에게 조선 개혁의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조선 후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귀중한 자료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교수는 “(이 서한은 김옥균이) 당시 영국 측의 협조를 얻으려 했던 증거이자 근대 외교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씨는 “20세기 초부터 도서관이 수집해 온 한국 책과 작품 아카이브에서 김옥균의 편지를 접하게 돼 매우 기뻤다”며 “이 중요한 편지는 도서관의 풍부하고 다양한 한국 컬렉션에 새로운 차원을 더한다”고 전했다. 김옥균 서한은 이달 말 케임브리지대 디지털 라이브러리에서 공개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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