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논리에 밀려 과거사 봉인
1965년 기본조약체제 한계 탓
한·일관계 진전과 후퇴 되풀이
아베·尹정부 때 역사 인식 후퇴
새 시대 진입 징검다리役 필요
양국정상 ‘공동선언’ 구상 제안
“과거 봉인, 경제 협력, 안보 협력 세 축의 ‘65년 체제’를 역사 화해, 사회 협력, 평화 구축 세 축의 ‘포스트 65년 체제’로 만들어가야 한다.”

남기정(사진)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한·일관계의 과제로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체제’ 극복을 꼽았다. 한·일관계가 진전과 후퇴를 반복하며 불안정하게 이어진 근원은 식민지배 등 과거사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냉전 논리에 밀려 양국관계를 개문발차한 65년 기본조약에 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냉전 시기 안보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한반도 남쪽의 반공 정부를 지원하는 게 일본에도 유리했고, 당시 박정희정부가 반공 국가로서 ‘서바이벌’하는 데도 일본의 도움이 필요했다”며 “이러한 필요 때문에 과거사는 적당히 덮고 넘어간다는 게 65년 체제”라고 설명했다. 식민지배는 합법이라는 일본인들의 인식은 기본조약 2조 해석 문제에서 비롯됐다.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체결된 조약은 이미 무효’라는 2조를 한국은 ‘식민지배는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뜻으로, 일본은 ‘식민지배는 합법적이었지만 한국이 독립하며 효력이 없어져 무효가 됐다’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남 교수는 지적했다.
지난 60년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이 없지 않았다. 일본의 반성과 사죄와 함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선언한 1998년 10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정권을 거치며 일본의 역사 인식은 후퇴했고, 한국도 윤석열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안보 협력의 뒷순위로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남 교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30주년이 되는 2028년에 한·일 정상이 ‘공동선언 2.0’을 발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30년에 대한 총괄 및 평가를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는 내용을 담아 병합조약 120년의 해인 2030년엔 한·일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공동선언을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남 교수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해선 “한반도에서의 안정을 확보하는 게 동북아와 세계 안정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데 중점을 두고 우리가 역할한다는 게 원칙이 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안보를 대만이나 유럽, 중동의 그것과 연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권 내에서 거론되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두고는 “일차적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대응할 공간을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그 연장선에서 중국과 경제관계를 발전시켜 균형을 잡는다면 그것 역시 의미가 있겠다”고 했다. 남 교수는 그러면서도 “글로벌 사우스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그것을 다 포기하고 이른바 ‘동지 국가’(like-minded country)들과의 협력으로 움츠러드는 게 이익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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