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석 도민퍼스트회에 1당 자리 내줘
무당층, 비자금 스캔들에 등 돌린 듯
마이니치 “역사적 대패… 정권 타격”
7월 참의원 선거서 과반 실패 땐
당내 이시바 총리 퇴진론 확산 가능성
일본 집권 자민당이 22일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참패했다. 과거 최저 의석수를 밑도는 성적이어서 현지에서는 ‘역사적 대패’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중의원(하원) 선거에 이어 여야가 7월 참의원(상원) 선거의 전초전이라고 보고 격돌했던 선거에서도 패함에 따라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완료된 개표 결과 자민당은 전체 127석 가운데 21석을 얻는 데 그쳤다. 기존 30석에서 9석이나 줄면서 제1당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역대 최소인 2017년 23석보다 의석수가 줄었다. 선거 막판 이시바 총리가 유세 현장에 직접 등판해 전 국민 현금 지원 공약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는데도 예상을 뛰어넘는 참패를 당하자 자민당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과거 도쿄도의회 선거 결과가 같은 해 전국 단위 선거에 고스란히 반영된 사례가 많았던 만큼 이시바 총리는 더욱 다급한 처지가 됐다. 7월20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하면 당내에서 총리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어서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의 역사적 대패”라며 “참의원 선거 전초전 성격의 선거에서 패해 정권에 타격이 됐다”고 했다.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구성 중인 공명당도 19석 확보에 머물러 종전 23석에서 4석이 감소했다. 공명당은 22명의 후보를 내며 ‘9연속 전원 당선’을 노렸으나 3명이 낙선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도민퍼스트회는 31석을 얻었다. 기존 26석에서 5석을 불려 2021년 자민당에 내줬던 1당 자리를 되찾았다.
다른 정당 중에서는 입헌민주당(12→17석), 국민민주당(0→9석), 참정당(0→3석)이 의석수를 늘렸다. 지난해 총선에서 의석수를 4배로 늘리며 돌풍을 일으킨 국민민주당과 우익 성향 참정당은 이번에 처음 도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공산당은 5석 줄어든 1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선거 전인 13∼15일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자민당이 20%로 도민퍼스트회(10%), 입헌민주당(7%), 국민민주당(7%)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었다. 고공행진 중이던 쌀값도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소방수로 투입된 후 차츰 안정화하면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도 상승 추세였다.
막상 실제 선거에서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정치와 돈’ 문제에 민감한 무당층(31%)이 판세를 갈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도의회 자민당 회파(會派·의원 그룹)는 당 중앙 파벌과 마찬가지로 과거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수입 일부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1988년 총리까지 실각한 ‘리쿠르트 사건’ 이후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 공개가 본격화했는데도 여전히 구태를 버리지 못한 모습이 드러나며 유권자의 외면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아사히신문 출구조사에서도 62%가 자민당 비자금 문제를 고려해 투표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다음 달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여야가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 방안을 두고 경쟁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금까지는 고물가 대응이 최대 쟁점이라고 보고 여당은 전 국민에게 20만엔(약 190만원)씩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야당은 소비세를 한시적 폐지 내지 인하하는 방안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었다. 자민당 기하라 세이지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정치와 돈 문제를 중시한 도민이 상당 정도 있었던 것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사히 출구조사 결과 ‘비자금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유권자 중에서도 자민당을 찍었다는 사람은 21%에 불과한 만큼 참의원 선거에서 정치 비자금 문제보다는 고물가와 미국 관세조치 등에 따른 경제 문제 해법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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