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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쇼트폼에 찌든 뇌는 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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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3 22:37:15 수정 : 2025-08-13 22: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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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청 늘수록 중독위험 커
주의력 짧아지고 집중력 저하
모든 것을 표면적으로만 경험
감정 제어하는 능력도 소실돼

우리는 쇼트폼(Short-form) 영상 시청을 얼마나 많이 할까?

 

2024년에 15세와 59세 사이의 대한민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 통계에 따르면 (2024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리포트, 메조미디어) 조사 대상의 쇼트폼 영상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44분이었다. 그중에서 시청 시간이 가장 긴 그룹은 10대로 하루 평균 64분이었다.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쇼트폼 시청 시간을 월 단위로 환산했을 때는 한 달에 무려 52시간을 쇼트폼 시청에 할애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트렌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2024년에 발표된 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쇼트폼 영상 시청자 수는 10억명을 돌파했으며, 쇼트폼 영상 시청의 비율이 무려 전체 인터넷 사용량의 95%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도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국 전체로 봤을 때 쇼트폼 영상 시청 시간은 틱톡에서 하루 평균 55분, 유튜브 쇼츠 하루 평균 49분, 인스타그램 릴스 하루 평균 33분에 달하고 합산했을 시 하루 평균 2시간을 넘는다는 계산도 나온다(ZapCap, 2025).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쇼트폼 영상 시청시간이 늘어날수록 중독의 위험성이 올라가서 쇼트폼 영상 중독(Short-video Addiction)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Neuroimage, 2024). 쇼트폼 영상 중독은 다양한 문제를 수반하는데, 불면증, 학습·기억 장애, 시각 저하, 감정 조절 장애, 그리고 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질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은 10대 미만과 10대 청소년에게서 더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쇼트폼 영상을 많이 시청하는 것이 뇌에는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아직 많은 연구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최신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쇼트폼 영상 시청 시간과 비례해서 뇌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쇼트폼 영상을 많이 시청할수록 주의력이 짧아지고 집중력이 극도로 저하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동시에 학습능력과 기억력의 약화가 수반되는데 1시간 정도 영상을 시청했을 때, 가장 최근에 본 영상만 기억하고 몇 분 전에 본 영상의 내용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며, 어떠한 내용을 보았는지 다시 불러와 설명할 수 있는 능력(recall)이 떨어진다. 즉 뇌가 시각적 기억을 정리하고 담아두었다가 나중에 꺼내서 기억하는 능력이 전반적으로 퇴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쇼트폼 영상 시청은 뇌의 감정 반응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본능적이고 자극적인 1차원적인 감정의 활성화가 주로 이루어지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거나 예측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제어하는 능력도 소실되어 어떠한 일에 바로 화내고 짜증 내거나 도에 맞지 않게 크게 절망하고 좌절하는 일이 늘어나는데, 이는 전두엽의 활성도가 쇼트폼 영상을 시청하며 줄어들고 편도체와 연결성도 낮아지면서 충동 제어 및 부정적인 감정 제어 능력이 약화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쇼트폼 영상 중독을 보이는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무기력해지고 스스로 움직이고 행동해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동기 부여가 약화되기도 한다. 수동적으로 변화하고 무언가를 자동으로 떠먹여 주는 것을 선호하는데, 어떠한 일을 경험하고도 깊이 동화되거나 감동받는 일이 줄어들고, 모든 것을 아주 얕고 표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는 동기부여에 관여하는 뇌의 보상회로가 변화하여 영상 시청으로 오게 되는 즉각 보상에만 민감해지고 다른 종류의 자극에는 도파민 분비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롱폼 영상, 즉 영화나 드라마, 아니면 보다 긴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우리의 뇌에는 훨씬 긍정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동안에는 뇌 안에서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이 더 높아지고, 뇌의 공감 네트워크의 활성화가 일어나 영화를 보고 난 후 사람의 미묘한 감정변화를 더 잘 캐치할 수 있게 된다.

 

쇼트폼 영상 시청은 세상을 파편화해서 경험하게 한다면, 독서나 영화 시청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이해하고 어떠한 사안을 다각도에서 바라볼 능력을 키워준다. 우리의 뇌를 위해서라도 쇼트폼 영상의 시청은 자중하는 것이 좋다. 우리의 삶은 짧지 않고 길다.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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