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뇌부 인사 장관 배제 뒷말 무성
주요 현안 점검 조찬 간담회도 없애
계엄 문턱 넘기도 전 만신창이 우려
지난 7월 25일 5선의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제51대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 임명은 64년 만이다. 의미가 남다르다. 국가 안보는 물론이고, 12·3 비상계엄의 망령을 벗어던지고 군이 환골탈태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 시대적 요구다. 안 장관 책임이 막중하다. 잘할 거라 봤다. 오랜 국회 국방위원회 활동으로 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달랐다.
취임 한 달여 행보는 기대를 밑돈다. 돌이켜보면 그는 하마평이 돌 때부터 국방부 장관직을 달가워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단기사병(방위) 출신에다 석연치 않은 복무 기록으로 구설에 휩싸이자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을 품는 이들도 하나둘 늘어났다. 장관 취임사를 통해 그는 “12·3 비상계엄은 군의 존재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신뢰와 군복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국방부와 군은 과거와 단절하고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신상필벌도 강조했다. 거기까지였다. 어디서도 군 개혁의 구체적 로드맵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일선 부대를 찾아 언급한 ‘50만 드론 전사’ 양성 선언을 두고선 실소를 금치 못하는 이가 적지 않다. 군 장병 40만명대 붕괴를 걱정하는 마당에 비현실적 아닌가.

통상 정권 초기 군 수뇌부 인사는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정권 입맛에 따라 이뤄진다. 그렇더라도 국방부 장관을 배제한 일방통행식 인사는 거의 없다. 장관의 조직 장악력이 흔들릴 경우 자칫 국가 안보에 심대한 우려를 낳을 수 있어서다. 마침 안 장관의 조직 장악력을 엿볼 수 있는 이재명정부 첫 군 수뇌부 인사가 지난 1일 단행됐다. 예상대로 현역 대장 7명이 모두 교체됐다. 계엄 여파에 따른 군 조직을 조기에 안정화하고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담겼을 터. 여기에 문민 장관인 안 장관과 호흡을 맞출 인사의 발탁 여부도 관심거리였다. 합참의장에 공군 출신 진영승(중장·공사 39기) 합참 전략사령관이 내정된 것을 두고 군 안팎에선 설왕설래한다.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던 인사가 배제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인사가 낙점된 데 따른 것이다.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된 김규하 미사일전략사령관(중장·육사 47기)을 놓고도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하다. 김 사령관은 직전 미사일전략사령관을 지낸 이두희 국방부 차관(예비역 중장·육사 46기)의 직계 후배다. 더군다나 같은 포병 출신이다. 입방아에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안 장관 말고 ‘여의도 국방부 장관’으로 불리는 이가 이번 군 인사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다. 예비역 대장 출신인 그는 안 장관과 장관직을 두고 경합했던 인물이다. 군 관계자는 “안 장관이 건넸던 군 수뇌부 인사안이 대통령실에서 수차례 반려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인사에 안 장관이 특정한 인물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장관이 ‘바지사장’으로 전락한 셈이다.
자초도 했다. 얼마 전 안 장관은 오전 7시 30분부터 해오던 장관 주재 조찬 간담회를 없앴다. 국방부 주요 직책 간부들과 국방부 주요 현안과 군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자리다. 간담회를 없앤 안 장관은 오전 9시에 출근한다. 남북 대립 구도에 늘 국방부는 24시간 가동되는 부처로 인식된다. 정시 출근하는 국방부 장관 모습이 낯설 수밖에. 안그래도 차관이 장관을 대신하고 있다는 오해가 쌓이는 지경이다. 여기에 국방부 주요 간부들 인사는 하세월이다. 국방부 산하 기관장도 마찬가지다. 영(令)이 설 리 만무하다.
12·3 계엄에서 6·3 대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군 기강이 허물어진 사건이 하나둘 아니다. 불과 보름 새 초급간부 3명이 잇달아 숨지는 일도 빚어졌다. 이대로라면 군이 계엄의 문턱을 넘기도 전에 다시금 만신창이가 될 게 뻔하다. ‘여의도 국방부 장관’이 따로 있고, 차관이 국방 업무를 주도한다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더 그렇다. 안 장관 두 어깨에 국가 운명이 달렸다. 추상같이 호령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실시간 위급상황 대처 능력은 기본이다. 국방부 장관은 고쳐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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