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침내 중동에 평화” 자화자찬
하마스, 무장해제 수용 불가 입장 강경
이 軍 철수·팔 국가 인정 이견도 첨예
NYT “평화 구상안서 진전 없어”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이 13일(현지시간) 이집트에 모여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하고 평화를 자축했다. 다만 선언문에 담긴 내용이 빈약하고 하마스 무장해제 등 남은 합의에 난제가 산적한 만큼 평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홍해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을 달성했다”며 “마침내 중동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분쟁의 격화는 결국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사람이 많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20여개 주요국 정상이 참석한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 등 휴전 중재국 정상과 함께 평화선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 앞에서 들어 보인 문서를 살펴보면 ‘가자지구에서의 평화적 진전을 이룬 것을 환영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를 구현하고 유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협력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협정에 대한 노력을 지지한다’ 등이 적혀 있다. 백악관은 해당 선언은 ‘지속적 평화·번영을 위한 트럼프 선언’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의 기본적 인권 보호와 안전 보장, 중동 전역 주민의 평화 이행을 공언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자지구에 완전한 평화가 오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장 가자평화선언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일반적인 원칙만 담겨 있을 뿐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가자지구 평화 구상안을 발표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진정한 평화를 이루려면 2단계 합의가 핵심이지만 하마스 무장해제,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팔레스타인 민간정부 수립 등을 두고 견해차가 크다. 하마스는 무장해제와 가자지구 통치 배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마스 무장해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스라엘군 철수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날 열린 회의에도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불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측은 ‘유대인 명절 일정’을 불참 이유로 들었으나 내부 반발과 주변 국가들의 반대가 진짜 이유라는 해석이 담긴 현지 보도가 나왔다. 하마스 측도 “무장해제를 전제로 한 회담은 수용할 수 없다”며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인질 시신 인도 지연과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필요성을 둘러싼 문제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하마스는 시신 28구 중 4구만 송환했다. 이스라엘은 고의적인 회피나 지연이 있을 경우 상응하는 조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유럽 주요국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국가 지위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해야 한다는 ‘두 국가 해법’에 찬성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반대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관련 언급을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 가장 쉬운 단계였다”며 “나머지 평화구상은 누가, 언제, 어떻게 이룰 것인지 불분명하다. 전쟁이 해결됐으니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이 느슨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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