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사업 이후 최대 규모
6년 연장 가능 최장 10년 추정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4년간 6700억원어치의 천연 흑연 음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퓨처엠이 2011년 음극재 사업을 시작한 후 최대 규모의 장기계약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배터리와 핵심 광물까지 확전되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기업들의 탈중국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뤄진 계약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포스코퓨처엠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방은 경영상 비밀 유지 차원에서 상호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공급기간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4년간이며, 향후 고객과의 협의를 통해 공급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이번 계약 ‘유보 기간’은 2037년으로 명시됨에 따라 계약 기간은 기본 4년에 연장 6년을 더해 최장 10년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계약 금액은 10년간 총 1조7000억원 규모로 증가하게 된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에 음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일본의 주요 배터리사와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만큼 이번 계약은 포스코퓨처엠이 고객사를 글로벌 시장으로 다변화해 음극재 사업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가 배터리소재의 수출제한 조치를 예고하며, 주요 글로벌 자동차사와 배터리사들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음극재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이번 계약이 이뤄진 점에 대해 주목한다.
포스코그룹은 원료확보부터 중간가공 및 최종생산으로 이어지는 완전히 독립된 공급망 내재화도 추진한다. 아프리카에서 확보한 천연 흑연을 전북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건립을 추진 중인 구형흑연(입자가 둥근 흑연) 공장에서 중간 소재로 가공한 뒤, 세종 음극재공장에서 최종 제품을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새롭게 장기계약이 체결된 물량은 아프리카 도입 흑연을 기반으로 한 음극재가 대상이다. 고객사가 제품 양산 2년 전, 공장도 서지 않은 상황에서 ‘입도선매’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포스코퓨처엠은 값싼 중국산 음극재와 경쟁에서 밀려 고전해왔다는 점에서 탈중국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수요 증가 및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 업체들은 천연 흑연 기반 음극재 완성품을 1㎏당 2달러대에 팔고 있는데 이는 포스코퓨처엠의 공급가보다 40∼50% 낮은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런 탓에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산과 가격 경쟁에서 고전해왔다. 심지어 국내 배터리 3사도 중국산 음극재를 국내외 사업장에서 최대한 활용하고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소수 물량만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를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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