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부 시절 합참의장, 노무현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각각 지낸 조영길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의 회고록 ‘자주 국방의 길’(2019)에 나오는 얘기다. “1984년경부터 군내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계룡산 부근에 정부종합청사로 추정되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도 있었고, 사실은 그것이 군사 시설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오늘날 육·해·공 3군 본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 조성은 이처럼 극비리에 이뤄졌다. 당시만 해도 서울에 있던 3군 본부를 계룡대로 옮기는 방안은 1983년 확정이 됐다. ‘620사업’이란 이름이 붙은 이 계획은 청와대·국방부의 최고위급 인사들만 알고 있었다.
조 장군은 책에서 “그것(620사업)이 육·해·공군 본부의 이전 사업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군이 큰 혼란이 빠졌다”며 “각군의 관계자들이 국방부와 합참에 몰려와 항의하는 소동이 한동안 계속되었다”고 술회했다. 620사업 추진을 지시한 전두환 대통령이 퇴임하고 노태우정부가 출범한 뒤 부대 이동이 본격화했다. 1989년 육군본부와 공군본부가 계룡대에 입주한 데 이어 1993년 해군본부도 합류했다. 이를 두고 ‘해군이 이전 명령에 저항했기 때문’이란 속설이 한때 퍼졌다. 실은 공간 부족 문제 탓이었다. 계룡대의 행정구역은 원래 충남 논산시 두마면이었는데, 2003년 두마면이 ‘계룡시’로 승격했다. 군사 시설 명칭이 그대로 도시 이름이 된 독특한 사례다.
서울 용산에 있었던 육군본부 터에는 훗날 전쟁기념관이 들어섰다.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었던 해군본부 부지는 서울지방병무청 청사로 탈바꿈했다. 오늘날 동작구 대방동에 드넓게 자리한 보라매공원과 그 일대 지역은 과거 공군본부 및 공군사관학교가 있었던 곳이다. 전두환정부는 공군본부에 앞서 공사부터 먼저 충북 청주로 옮겼다. 서울 육사와 경남 진해 해사 사이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 공사를 두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공사 생도와 학부모들로선 서운했을지 몰라도 서울 시민들은 덕분에 좋은 휴식처를 갖게 됐다.
해병대는 1949년 사령부 창설 이래 해군의 일부였다. 2025년 6월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육·해·공 3군에 버금가는 독자성을 해병대에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준(準)4군 체제’로의 전환이다. 그에 따라 군 당국이 현재 경기 화성에 소재한 해병대사령부를 이르면 2028년 계룡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계룡대의 해병대사령부는 인사·군수 등 군정(軍政)을, 화성에 신설될 가칭 ‘해병대 작전사령부’는 정보·작전 등 군령(軍令)을 각각 전담하게 될 전망이다. 해병대 4성장군의 재등장 그리고 해병대 출신 합참의장 탄생도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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