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감소… DC형·IRP 비중 절반 넘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열풍은 ‘방치형 자산’으로 머물렀던 ‘가계의 노후 자금’ 퇴직연금을 적극적인 투자 자산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개인이 직접 연금 자산을 굴리는 적극적인 투자 문화가 확산하면서 자본시장 내 자금 이동이 한층 활발해졌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은 508조7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꾸준한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최근 연간 10%대 성장했는데, 연금 계좌 내 ETF 투자금은 이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퇴직연금 내 ETF 잔액은 최근 3년간 매년 100%를 넘는 증가율을 보이며 2023년 9조원에서 지난해 48조7000억원까지 5배 넘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추세를 고려할 때 연내 퇴직연금 내 ETF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자금 이동의 배경에는 퇴직연금 운용 주체가 ‘회사’에서 ‘개인’으로 넘어가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급여(DB)형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개인이 직접 자산을 굴리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전체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56.4%로 올라서며 절반을 넘긴 상태다.
특히 가입자의 별도 지시가 없어도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자금을 굴리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방치되던 연금 자산을 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보유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금융회사를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수익률 관리를 위한 가입자들의 이동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삼성증권 맹주희 연구원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머물던 자금들이 실적배당형으로 전환되며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며 “퇴직연금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국내 증시에 장기 투자 자금 기반이 형성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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