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장관 주관으로 이날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천안함 공격이 북한 정찰총국에서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디에 속한 세력이 했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황원동 국방정보본부장(공군 중장)은 “관련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북한 정찰총국이 주도했다는 명확한 결론을 얻지는 못했지만 과거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폭파 전례에 비춰볼 때 (북한) 정찰총국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 국방정보본부장 입을 통해 북한 정찰총국을 공식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그동안 한미 군당국이 각종 군사채널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첩보와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북 정찰총국의 소행임을 결론내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황 정보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은 지난해 초 노동당 대남공작 조직을 통합해 정찰총국으로 개편했다”고도 말했다. 총국장은 남북군사회담에서 얼굴이 잘 알려진 김영철 상장(남측의 중장·사진)이 맡고 있다. 정찰총국이 천안함 공격을 주도한 배경에 대해 그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패배 후 실추된 북한군 명예 회복,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경제난과 주민들 관심 전환, 내부 단속 강화, 북미 6자회담 주도권 장악,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기 위한 의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대북 군사전문가는 “실패할 경우 뒤따를 국제적 비난과 작전의 은밀성 등을 고려하면 대남침투와 공작을 전문으로 하는 정찰총국 소행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천안함 사건 발생 20일 후 우리 정부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정찰국·35호실·작전부 등 정찰총국 산하 부처를 공개 방문한 뒤 사진을 찍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황 정보본부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북한제 CHT-02D 어뢰’로 천안함을 공격한 ‘연어급’ 잠수정(130t)은 이란의 ‘가디르급’ 잠수정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해 초 노동당 35호실과 작전부, 정찰국 등 조직을 한데 모아 만든 북 정찰총국은 이란 가디르급 잠수정 여러척을 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북 정찰총국은 대남공작을 위한 공작모선과 잠수함(정)을 다수 보유·운용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디르급 잠수정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는 다른 잠수함이나 잠수정보다 스텔스 기능을 갖춰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정찰총국 예하 해군 부대에는 가디르급 잠수정 한두척이 항시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박병진·나기천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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