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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적인 상상력과 스타일… 한국소설 폭발적 매력 뿜다

입력 : 2011-06-10 17:29:01 수정 : 2011-06-10 17: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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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출간 전위적인 상상력과 스타일로 한국 문학의 새 지평을 모색하는 젊은 작가들이 지난 1년간 뿜어낸 에너지, 열정의 현장을 보고 싶지 않은가.

최근 출간된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문학과지성사 펴냄)은 이 같은 독자들의 요구에 잘 부응한 것처럼 보인다. 문학과지성사가 주관한 ‘웹진문지문학상’ 제1회 수상작인 이장욱의 ‘곡란’을 비롯해 젊은 작가 11명의 단편소설 11편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웹진문지문학상’은 매달 첫 주를 기준으로 3개월내에 발표된 등단 7년차 이하 작가의 중단편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이달의 소설’로 뽑아 ‘웹진문지’에 게재한 뒤 그중에서 매년 2월 최종 수상작을 뽑는다. 따라서 “각종 신인문학상을 제외한다면 현재 활동 중인 작가들 가운데 가장 젊은 세대에게 주어지는 작품상”이라는 평가다. ‘웹진문지’(http://webzine.moonji.com)는 2010년 봄 온라인 공간에서 문학 소통을 위해 기획됐다.

제1회 수상작인 이장욱의 ‘곡란’은 여관 동반자살이라는 현실적 소재에서 출발, 결코 죽음에 도달할 수 없는 인간의 양가적 감정을 절묘하게 형상화했다. ‘한국문학’ 2009년 겨울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소설집 ‘고백의 제왕’(창비, 2010)에도 수록됐다.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자살을 결심한 소설가 등 세 사람은 해병대 출신 주인의 뜨악한 시선을 받으며 ‘곡란여관’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하지만 여관은 부재하는 사람까지 한꺼번에 등장하는 난장(亂場)의 공간. 그들은 이곳에서 죽음을 놓고 서로 어긋나기 시작하고 진실을 알려는 여관 주인도 같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죽음이라는 환상을 둘러싼 삶의 또 다른 아이러니를 서늘하게 대면하게 만든다.

“죽음에게는 죽음만이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 죽음은 삶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는 건 아닐까. 죽음은 죽음 자체를 밀고 나가는 힘으로만 충만한 것은 아닐까. 이상하게도 이 의문은 고희성의 머리에 접착제처럼 달라붙어 떠나지 않았다. 고희성은 중얼거렸다. 죽음에게만 관심이 있는 죽음이라니. 죽음으로만 충만한 죽음이라니. 그렇다면 죽음에 대해 쓴다는 건 허망한 일이 아닌가. 삶으로 회귀하지 않는 죽음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29쪽) 
이장욱                     정용준                     최제훈                      김유진                     이유
주제의식의 강렬함과 밀도, 그와 대비되는 무심한 어조와 희극적인 문체 등은 한국 소설 최전방의 지형도를 잘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생의 끝에서 만나는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독창적인 플롯과 문제의식의 복합성, 흥미로운 위트에 이르기까지, 지금 이곳의 한국문학이 원하는 요소를 모두 갖춘 폭발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정용준의 ‘가나’는 세계화에 따른 세계 체제의 본질을 어느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의 쓸쓸한 죽음을 통해 서정적으로 통찰한다. 민족과 국경을 초월한 소설적 상상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편 문체의 서정성과 다루는 소재의 처절함이 묘하게 대비된다. “읽는 내내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재주를 부렸다”(평론가 김형중씨)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성중               황정은                이홍                    정소현                최은미               김선재
김성중의 ‘게발 선인장’은 인간 삶의 의미와 무의미가 엮여 있다는 생의 아이러니를 위트 있는 목소리와 뛰어난 구성으로 형상화했고, 정소현의 ‘실수하는 인간’은 사회가 어떻게 선한 사람을 연쇄살인범으로 몰고 가는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최제훈은 ‘괴물을 위한 변명’에서 ‘프랑켄슈타인’ 얘기를 소재로 문화적 통속화에 대한 예술적 저항을 보여주면서 메타소설의 가능성을 더욱 진전시킨다.

이외에도 헤어진 남자친구 집에 살며 그의 여자친구 관찰하기(김유진의 ‘희미한 빛’), 머리통을 잘라내는 미용사(이유의 ‘커트’), 버려지는 옹기(황정은의 ‘옹기전’), 잠실경기장의 거대하고 기괴함(이홍의 ‘나의 메인스타디움’), 태아 시절 기억(최은미의 ‘눈을 감고 기다리렴’), 존재와 환각의 경계적 체험( 김선재의 ‘독서의 취향’) 등 다양한 스타일의 전위적 상상력이 풍경화를 드러낸다. 문학평론가 우찬제씨는 그래서 “세상과 인간 읽기와 이야기 짓기의 고통을 향유하면서 저마다의 개성과 특장을 활달하게 길어 올리는 방식들이 참으로 어지간했다”며 “아마도 2010년대의 한국문학은 이 젊은 작가들에 의해 정녕 21세기적인 소설의 새 길을 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한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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