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제품 2000억원대 수·출입…돈 빼돌린 前 대표 해외 도피 지난해 8월 상장폐지와 함께 7000여 소액주주를 울렸던 태양광업체 네오세미테크의 전 대표가 5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이명박 정부가 국가비전으로 선포한 저탄소 녹색성장 산업의 대표적 기업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한몸에 받던 기업이었다.
관세청 서울세관본부는 14일 상품가치가 없는 실리콘과 웨이퍼 등을 홍콩 유령회사와 수출입하면서 519억원을 국외로 빼돌린 오명환 전 네오세미테크 사장 등 2명을 관세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오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태양광을 비롯한 녹색성장 붐이 일자 이를 회사 상장과 치부(致富)에 적극 이용했다. 2007년 홍콩에 페이퍼컴퍼니 3개를 설립한 뒤 같은해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75회에 걸쳐 이들 회사와 태양광용 웨이퍼, 웨이퍼의 원료인 실리콘 등을 모두 2000억원대에 거래한 것처럼 위장했다.
수사 결과 실제 거래된 물품은 웨이퍼 제조에 적합하지 않은 저순도 실리콘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웨이퍼였다. 오 전 사장은 위장 수출입을 정상적인 무역거래인 양 분식회계를 통해 처리했고,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해 허위로 공시했다. 이를 통해 코스닥 입성, 주가 상승, 자금조달에 나섰다. 더불어 수출입 대금의 지급과 수령을 통해 519억원을 유령회사의 현지 비밀계좌로 빼돌리기까지 했다. 오 전 사장은 작년 8월 동생 여권을 도용해 마카오로 달아난 뒤 이들 계좌에서 돈을 빼내 도피자금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서울세관은 파악하고 있다.
◆‘묻지마’ 녹색기업 지원 대표 사례
네오세미테크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선포한 뒤 정책적인 지원을 한몸에 받았다. 먼저 산업은행이 2008년 12월 ‘글로벌 스타’ 1호로 선정, 유망 녹색기업으로 인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상장폐지 당시 네오세미테크 금융권 채무 2000억원 중 산은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 국책 금융기관이 빌려주거나 보증해준 액수는 40%를 넘었다.
2009년 3월에는 초대 지식경제부 장관인 이윤호 장관이 직접 찾았고, 9월에는 후임인 최경환 장관도 취임 첫 현장 방문지로 택했다. 같은 해 12월 지경부는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앞서 6월에는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 기술개발사업자로 뽑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누구도 네오세미테크의 위장 수출입과 분식회계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덕분에 2009년 9월 코스닥 입성 후 네오세미테크는 승승장구하며 한때 시가총액 26위(4083억원)에 올랐다. 결국 분식회계가 드러나 1만79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00원대로 폭락했고, 소액주주 7200여명이 들고 있던 2000억원어치(1인당 평균 2300만원)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황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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