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확산에 부인은 ‘자식 사랑’ 홍보 대한민국 교육의 심장부인 서울의 교육감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투표일(4일)을 목전에 두고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고승덕 후보의 딸이 사상초유의 ‘아버지 낙선운동’을 벌이면서다. 이로 인해 보수 후보 2명의 우위 속에 진보 단일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던 서울교육감 선거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교육감 선거 최대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선거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친딸 고희경 씨가 올린 글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이날 고 후보는 한 방송인터뷰에 나와 “딸이 왜 이 시기에 이런 글을 올렸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다만 적어도 선거에 (나를 낙선시키려는 나쁜)영향을 주기 위해 (딸)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딸이 외삼촌인 박성빈씨(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와 상의해 문제의 글을 올린 것으로 아는데, 박씨와 친분이 깊은 문 후보 간 사전에 폭로 내용을 협의한 것 같다는 얘기다. 부녀 간 갈등이 선거에 영향을 끼칠 조짐을 보이자 고 후보의 아내 이무경씨는 “남편은 딸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버지”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씨는 “어버이날 아들이 준 종이카네이션을 책상에서 치웠었는데 남편이 크게 화를 냈다”며 고 후보의 자식사랑 홍보에 나섰다.
문용린 후보 |
조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 정책보다 개인사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건, 당사자들은 물론 서울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런 점에서 어제 문 후보가 (고 후보에 대해) 세월호 선장을 거론하고, 패륜이란 말까지 꺼낸 것은 도가 너무 지나쳤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는 고 후보에게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 임상렬 대표는 “교육감선거인데 딸이 자기 아버지를 향해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함으로써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며 “다만 (고 후보에게서 이탈한 표심이) 문 후보나 조 후보에게 얼마나 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선 고승덕 후보의 선거사무실(사진 왼쪽)이 2일 친딸의 페이스북 글 파문 이후 텅 빈 가운데, 조희연 후보(가운데)와 문용린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숫자로 치면 보수의 승리였지만, 내용상으론 서울과 경기 교육감 자리를 차지한 진보의 승리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선거는 아직 전체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상태다. 대부분 지역에서 여러 명의 보수후보와 진보 단일후보가 맞붙은 형국이나 확실하게 치고 나가는 진보 후보가 별로 없고, ‘보수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했을 때 보수 후보 당선이 유력한 데가 대구·대전·울산·경북·경남 5곳에 불과하고 접전지가 많아 진보진영은 “진보 교육감이 더 당선될 것”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이강은·윤지로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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