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던 의원실과의 협력관계는 갑자기 깨졌다. 세계일보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던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돌연 “인천지방검찰청의 박씨 입건유예 처리과정을 세계일보가 너무 자세하고 알고 있다. 취재경로를 밝히라”며 취재원 신원을 요구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취재원을 알고 싶다”고 했다. 기자가 “언론윤리강령에 따라 알려줄 수 없으며 불법적인 일은 없다”며 거듭 거절하자 그제서야 숨은 동기를 털어놨다.
그는 “(취재원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가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원을 파악하지 못할 경우 의원실의 또 다른 관계자에게도) 엄청 깨진다”며 “내 밥줄이 달려 있으니 알려달라”고 하소연했다. 법무부가 야당 의원실 관계자들을 정보원으로 포섭한 뒤 압박해 언론을 사찰하고 취재원을 캐내려고 시도한 정황으로 분석된다. 당시 법무부와 검찰 직원들 사이에서는 “법무부와 대검에서 세계일보 기사의 취재원을 색출 중”이란 말이 돌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일보의 마약밀수범 입건유예 관련 취재는 중단됐다. 그러나 수일 후 세계일보가 야당 의원실 관계자를 통해 자료를 요청한 사실을 대검은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법무부는 검사들이 요직을 꿰차고 있고, 이들은 소속기관인 대검찰청과 사건처리를 긴밀히 협의한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정보원을 이용해 취득한 언론 및 정치인 관련 동향이 검찰에 전달될 수 있다. 법무부가 야당 의원실 관계자를 압박한 뒤 정보원으로 이용해 기자들의 취재원을 색출하려 한 의혹은 정치권에서 규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와 검찰이 어떤 방식으로 국회에 손을 뻗치고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치사찰 의혹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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