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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눈과 다리'…운명이 맺어준 '짝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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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0 10:25:50 수정 : 2015-04-20 11: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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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오늘도 서로의 눈과 다리가 되어 장애물을 넘는다. 개울을 건널 때는 한 명이 다리, 다른 한 명이 눈이 된다. 나무 심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방향을 지시하면, 다른 사람이 땅을 판다. 중국 시골 마을을 돌며 나무 심는 하이샤(54)와 웬치(53)의 이야기다.

하이샤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공장 근로자로 일하던 지난 2000년 폭발사고로 나머지 눈마저 실명해 앞을 볼 수 없다. 웬치는 어렸을 적 동네 길가에 놓인 전깃줄을 만졌다 감전돼 두 팔을 모두 잘라 발로만 물건을 집을 수 있다.

중국 북동부의 작은 마을 출신인 하이샤와 웬치는 어렸을 적 같은 학교에 다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어쩌면 두 사람이 같이 다니는 건 운명일지도 모른다. 각각 눈과 팔을 잃었지만, 이들은 평생을 함께할 든든한 동료를 얻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하이샤와 웬치는 13년째 여러 시골마을을 떠돌며 홍수 예방책으로 나무 심는 일을 하고 있다. 이는 지역 기관이 두 사람을 직원으로 받아들인 덕분으로 알려졌다.

하이샤는 “처음 실명했을 때 인생의 끈을 놓으려 했다”며 “그때 우리 아들은 겨우 네 살에 불과했고, 아내는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이 폭발하니 당연히 내 일자리도 없어졌다”며 “어디서도 돈을 벌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웬치는 “팔을 잃었을 때 난 매우 어렸다”며 “동네 다른 아이들처럼 보통 사람으로 살기 위해 버틴 기억밖에 없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이어 “아이들이 뭘 하든지 난 그걸 따라 했다”며 “아이들이 동네 시내에서 수영하면 나도 수영하려 버둥거렸다”고 말했다.


지난 세월 이들이 심어온 나무는 수만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0년이 지난 후, 자기들이 과거에 심었던 나무를 살펴보는 건 이들에게 인생의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나무 앞에서 웬치가 허리를 숙이면, 하이샤가 등에 올라 나무를 어루만진다. 이들은 “우리가 함께 일을 할 때 둘은 하나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하이샤와 웬치는 맨 처음 일을 시작했을 당시 주변의 냉대에 시달렸다. 팔 없고 앞 못 보는 사람들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게 사람들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이샤는 “사람들은 우리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우리가 나무를 심고, 몇 년 뒤 푸른 녹지가 생기자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우리의 도구를 손질해준다”며 “우리의 손이 미처 닿지 않는 곳에서 나무를 보살피거나 물을 주는 등 많은 힘이 되어준다”고 고마워했다.

이런 가운데 한 가지 희망찬 소식이 하이샤에게 전해졌다. 그가 안구 이식 수술을 받게 되면 잃었던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료진의 진단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하이샤는 자신이 만약 앞을 볼 수 있게 되더라도 그동안 해온 일을 저버리지 않을 생각이다. 특히 자신의 발이 되어준 웬치를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시력을 찾고 못찾고는 상관 없습니다.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웬치와 나무를 심고 보살필 겁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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