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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변 오백리길… 물따라 길따라 거닐다

입력 : 2015-09-05 01:00:00 수정 : 2015-09-0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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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 3년 만에 선보이는 문화·역사 기행… 각 지역의 문화유산 얽힌 풍성한 이야기 담아
“울적할 땐 폐사지로 떠나라” 사찰여행 권유도
유홍준 지음/창비/1만8000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남한강편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유홍준 지음/창비/1만8000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남한강편’을 냈다. 이번이 8권째로, 3년 만에 선보이는 문화·역사기행이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 교수는 이미 출간한 일련의 문화유산 시리즈를 통해 한국 문화 유산에 대한 특별한 시각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전국을 박물관으로 착각할 정도로 우리 유산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 내고 있다.

유 교수의 새 책은 문화유적과 역사적 애환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남한강을 토대로 쓰여졌다. 영월에서 시작해 단양, 제천, 충주, 원주, 여주를 거쳐 서울 한강으로 이어지는 오백리길의 기행이다. 남한강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평화로운 강변 마을의 풍경, 각지의 문화유산에 얽힌 풍성한 이야기가 유 교수의 감미로운 문체로 엮어졌다.

남한강변 여주보 주변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유 교수가 강조하듯 남한강 유역은 전국 어디서나 2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국토의 중앙부에 위치해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답사처이다. 화가 이철수는 “길눈이 밝고 안목이 깊은 길잡이가 있어 삼천리 강토 고샅고샅이 온통 문화유산의 보고가 되었다. ‘알게 되면 보인다’는 말은 어제를 알면 오늘을 결심하고 내일을 보게 된다는 뜻”이라면서 “유홍준의 답사기를 읽으면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역사와 사람의 길이 함께 보인다.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인가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시대 초기 왕권 쟁탈 과정에서 희생돼 유배된 단종 임금의 애환이 깃든 영월 청령포.
문화재청 제공
‘영월 주천강과 청령포 대목’을 보자. “주천 강변의 마애불은 지금도 웃고 있는데, 청령포와 단종 장릉은 고운 님 여의옵고 울어 밤길 예놋다”라고 묘사했다. 단종애사가 깃든 청령포에서는 저자의 시구가 끝없이 이어진다. 제천·단양·충주에 이르러선 “청풍 한벽루, 누각 하나 있음에 청풍이 살아 있네. 단양 8경의 명성은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며 신단양에서 구단양까지는 시와 그림이 있어 단양은 더욱 아련하네”라고 적었다.

영춘 온달산성과 죽령 옛길에서는 “강마을 정취가 그리우면 영춘가도를 가시오”라고 했다. 제천 의림지를 지나 충주 목계나루에 들어선 저자는 “석양의 남한강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네”라고 했다. 저자의 맛깔난 글들은 남한강의 매력을 한껏 발산시킨다.

저자는 원주 거돈사터, 법천사터와 충주 청룡사터를 돌아본 뒤 “마음이 울적하거든 폐사지로 떠나라”며 남한강변 사찰 여행을 권했다.

원주 흥법사터와 여주 고달사터와 신륵사에 와서는 “절집에 봄꽃 만발하니 강물도 붉어지고…”라는 시구로 글을 마무리했다.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평에서 “특별한 방법으로 쓴 글을 문학이라 부르며, 특별한 관점으로 사물을 감상하는 인간의 정신활동을 문화라고 부른다.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는 한국인의 축복이다. 미술, 서예, 문학, 역사를 아우르는 한민족의 집단 유산 명세서다. 어머니와도 같은 남한강 오백리, 그와 동행들의 신실한 발품 덕에 독자는 느긋한 와유의 특전을 누린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기회가 닿는 대로 전국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글을 계속 쓸 계획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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