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3층 서기실이 막후 실세… 철저한 분할통치로 정책 결정”

북 정책 결정 프로세스는 / “김정은 신격화하기 위한 보좌집단 그 밑에 공식적 중앙당 조직지도부… 북, 3층 서기실 존재 인정한적 없어… 김정은에 각종 보고서 등 전달 기능… 실제 서기실 중심 지도체제로 운영”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1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층 서기실’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실세 막후 보좌집단이라고 설명했다.

태 공사는 “김정은 밑에 3층 서기실이 있다”며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막후 보좌집단으로 그 밑에 중앙당 조직지도부가 있다”고 설명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 1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층 서기실’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실세 막후 보좌집단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1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방영하면서 방송 중간에 반복적으로 내보낸 3층 서기실 건물.
세계일보 자료사진

3층 서기실은 지난 1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방영하면서 방송 중간에 반복적으로 내보낸 3층짜리 건물(사진)에 있는 조직을 지칭한다고 한다. 그는 “북한은 한 번도 3층 서기실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다”며 “일반 북한 주민은 (3층 서기실의 존재를) 모르고 (북한은) 그 건물을 당 중앙위원회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청와대 비서실과 같은 정책조정보다는 조선시대 왕명을 출납하던 승정원(承政院)과 기능이 유사하지만 김 위원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다는 점에서 파워 조직으로 불릴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 내에도 최고지도부 지시 하달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중앙판공청(辦公廳)이라는 조직이 있다.

태 전 공사는 서기실에 대해 “김정은에게 각종 보고서를 전달하는 기능만 수행한다”며 “컨트롤타워는 명백히 아니지만, 김정은과 하루 종일 같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김정은이 의견을 물으면 조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노동당 내에서도 핵심조직인 조직지도부에 대해선 “당 정책을 제기하고 이끌어 나가는 공식적 권력집단”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정책결정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을 신격화하기 위해 철저한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 분할통치)이 이뤄지고 있었다. 태 전 공사는 “모든 것이 김정은의 머리에서 나온 것처럼 보여야 하고 김정은을 신처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3층 서기실을 직속으로 둔 것”이라며 “당 군수공업부에서 핵실험 준비가 됐으니 하자는 건의안을 올리면 이런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각 부서에서 어떤 안이 제기(보고)됐는지는 오직 김정은만 안다”고 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 군수공업부에서 핵실험 건의를 받은 사실을 함구하고, 외무성 등 각 부처에 관련 보고를 할 것을 지시한다. 이어 각 부처에서 올라온 보고 중 장단점을 비교한 뒤 그것이 자신의 두뇌에서 나온 것인 양 A부처의 보고로 B부처의 보고를 지적하는 식으로 조직을 이끈다는 설명이었다.

서기실의 위상이 태 전 공사의 설명보다 더 높다는 견해도 있다. 국가정보원에서 북한담당기획관(1급)을 지낸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은 “김정일시대에는 김정일이 확고한 수령 역할을 했고 모든 부분을 통제했지만, 김정은시대에는 형식적으로 유일 영도체계를 강조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서기실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원장은 “김정은시대에는 김정은이 절대적 지휘와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며 “실제로는 서기실에서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는 서기실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라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