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의 심리적 통제가 자녀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본인이 원하는 것, 원하는 사람과 자율적으로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여러 종류의 어려움을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 능력과 힘으로 이를 개척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키우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려 든다면 오히려 자율성이 결핍된 어른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또 부모가 자녀에게 상향비교를 자꾸 유도할 경우 자기보다 환경이 좋지 못한 사람은 쉽게 무시하고, 자신의 환경이 나빠졌을 땐 열등감을 느끼고 우울감에 빠지는 등의 심리적 부적응을 겪을 확률도 높아진다고 꼬집었다.
자신과 다른 계층의 삶이 어떤지 다양하게 경험하지 못할 경우 생길 수 있는 각종 사회 병리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여러모로 훌륭한 스펙을 지녔음에도 사회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청년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며 “동질적인 환경에만 노출되면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자신이 접해 오던 것과 다른 것을 경계하고 불편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유행하는 고가의 브랜드를 사 달라고 할 때 형편에 맞게 사 줄 수는 있지만 지나친 물질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지도를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브랜드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문화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것을 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민경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는 “성인에 가까워도 부모님의 경제적 능력을 자신의 능력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경제교육이 부실해 ‘돈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명품을 사기 위해서 몇 시간을 일해야 하는지 등을 일러주고, 자녀와 함께 몇 시간만이라도 아르바이트를 같이하는 등의 노력을 해본다면 지나친 물질주의와 이로 인한 좌절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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