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 전 과정에 걸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 성적이 높지만, 이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가정과 학교 등 후천적 환경요인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육과정평가연구’ 5월호를 보면 서강대학교 박사과정 임슬기씨와 이수형 부교수는 공저 논문 ‘수학 성취도에서의 성별 격차, 동태적 변화와 원인 분석’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실증자료를 발표했다.
논문은 한국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활용해 2009년·2010년·2011년 각각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집단이 2012∼2014년 중학교 3학년이었을 때 성적과 2014∼2016년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성적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대상이 된 학생은 총 5만5604명이었다.
분석 결과, 초·중·고 모든 단계에서 남학생의 수학 점수가 여학생보다 높았다. 성별 격차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 사이에 심화했으며,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소폭 완화됐다. 그러나 사교육 투자 요인을 배제하자 중학교 시기의 수학 성취도 성별 격차가 6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중학교 남학생의 사교육 정도가 여학생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논문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중·고등학교가 남녀 공학인지 아닌지에 따라 나온 다른 결과다. 남자중학교를 나와서 남자고등학교에 가는 남학생들이 수학 성취도가 대폭 올라갔다. 여자중학교를 나와 여자고등학교를 가는 여학생들도 남녀 공학에 간 여학생보다 성취도 향상 폭이 컸다. 중·고등학교를 모두 공학에 간 학생들의 경우 중학교까지는 남학생의 수학 성취도가 더 높았으나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여학생 성취도가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 등을 보면, 중국·인도네시아처럼 여학생의 수학 성취도가 전반적으로 더 우수한 나라들이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수학 성취도의 성별 격차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가정·학교 등 후천적 환경요인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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