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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직 고등군사법원장 억대 뇌물수수 의혹

입력 : 2019-11-06 06:00:00 수정 : 2019-11-06 13: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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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군납업체서 수년에 걸쳐 제공 / 현금 1억 외 수천만원대 향응까지 / 납품때 품질 미달·서류조작 걸려도 / 무혐의·과태료 처분으로 법망 피해 / 국방부, 李법원장 직무배제 조치 / 檢, 고등군사법원·업체 압수수색

이동호(53·군법 11회) 고등군사법원장이 경남의 한 식품기업에서 수년에 걸쳐 억대 현금과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식품기업은 12년간 군에 납품하며 품질, 함량 등 각종 기준 미달과 서류 조작 행위가 적발됐지만 대부분 무혐의 또는 과태료 처분으로 법망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납업체가 방위사업청, 육군 군수사령부가 아닌 군사법원을 관리한 것을 두고서는 ‘군 시스템을 제대로 뚫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등군사법원은 군 최고사법기관으로 각 군 31개 보통군사법원에서 진행된 1심 재판의 항소·항고사건을 담당하는 군 유일 항소심 재판기관이다.

 

5일 세계일보 취재와 계좌거래 내역을 종합하면 경남 사천에 있는 수산·축산물 가공업체 M사의 대표이사 정모(45)씨는 최근 3년간 1억원대 현금과 향응을 이 법원장에게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M사 관계자가 이동호 고등군사법원장에게 새로운 계좌번호를 요청하자 지인 계좌번호를 건네주는 대화를 담은 텔레그램 메신저 화면.

정씨가 건넨 금품은 현금만 1억원 이상이며 이외에 수천만원 상당의 밥과 술 등을 제공했다. 돈은 은행계좌로 한 달에 150만∼수백만원씩 약 7000만원이 전달됐다. 직접 건넨 현금은 최소 10회에 걸쳐 3300만원에 이른다. M사는 군납에 문제가 적발되거나 새로운 사업을 따내면 정기적인 상납 외에 반드시 현금 뭉치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M사는 이 법원장의 사적인 모임도 챙겼다. ‘스폰서’로 불리는 권력자와 사업가 관계의 전형이다. 특히 이 법원장이 돈을 받을 때 활용한 차명계좌에는 지방의 모 건설사 대표 등 또 다른 스폰서로 의심되는 인물 두어명의 입금내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M사 관계자들은 이들에 대해 ‘형님’, ‘아우’로 호칭하는 막역한 관계였다고 증언했다.

 

M사는 방사청과 풀무원, CJ씨푸드, 이마트 등 민군에 어묵, 생선까스 등 7종을 납품하고 있다. 2007년 방사청에 처음 어묵을 납품했고 최근 수년간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군이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다른 기관에서 부과된 벌점이 누적돼 핵심사업 중 하나인 군납이 지난 4월 중지됐다.

 

이 법원장은 지난해 1월 준장으로 진급해 육군본부 법무실장, 12월 고등군사법원장에 임명됐다. 군 법무병과는 육·해·공군을 통틀어 장성급이 2명(육군 법무실장, 고등군사법원장)뿐이다.

 

국회에는 고등군사법원을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군사법 개혁안이 제출돼 있다. 군 장병이 사실심(事實審) 중 한 번은 민간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국방부는 세계일보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이 법원장을 직무배제했고 검찰에서 해당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강성용)는 이날 국방부 청사 내 고등군사법원과 M사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이 법원장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고 여러 차례 문자를 남겼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정 대표는 ‘이 법원장에게 돈을 준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계좌이체 내역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고 현금으로 건넨 돈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변호사와 상담 중이어서 통화가 어렵다”며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긴 뒤 전화를 끊었다.

 

특별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청윤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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