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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선두에 네이버·카카오 추격… ‘인증 대전(大戰)’ 춘추전국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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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4 06:00:00 수정 : 2021-08-24 07: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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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증서 시장’ 무한경쟁

전자서명·인증시장 규모 700억
2020년 21년간 독점 ‘공인인증서’ 폐지
핀번호·지문인식 등으로 간편 로그인
이통3사 운영 ‘패스’ 가입자 3500만
카카오 ‘백신 예약’ 참여하며 급성장

‘1등 없는 시장’ 최후의 승자는
‘국가 인정 사업자’ 조만간 탄생 예고
네이버·토스·페이코 등 4개업체 후보
선정 땐 제휴처 확보 등 ‘영역’ 확장
중소 사업자 “빅테크 몰아주기” 비판

실물 신분증 없이 인터넷·모바일 환경에서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전자서명·전자인증서다. 21년간 독점적 전자서명사업자 지위를 누려왔던 공인인증서 시대가 지난해 12월 막을 내리면서 사설인증서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대부분 핀번호 6자리를 입력하거나 지문을 인식하는 것으로 손쉽게 본인인증 및 로그인을 할 수 있어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복잡한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했던 공인인증서보다 훨씬 간편하다.

인증서 사업자들은 1등 없는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올 초 연말정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은 사설인증서 성장 계기가 됐다. 정부가 인정하는 첫 전자서명사업자가 곧 탄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소 사업자들도 영향력 확대를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이통3사 vs 빅테크

사설인증서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이동통신사 3사(SKT·KT·LG U+)가 공동 운영하는 패스(PASS)다.

패스는 2018년 7월에 출시됐다. 국세청, 정부24 등 공공기관 사이트에서 본인인증을 하거나 로그인할 때, 또는 휴대전화 인증을 할 때 사용된다.

국내 2만여개 웹사이트가 패스를 이용해 인증하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국민이라면 대부분 패스에 가입돼 있다. 패스 인증서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3100만명에서 8월 현재 3500만명을 기록 중이다.

패스의 뒤를 양대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카카오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카카오 인증서는 지난해 12월 신분증, 자격증, 증명서를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카카오톡지갑’ 서비스와 함께 출시됐다.

카카오는 인증서 시장에서 비교적 후발주자임에도 국내 1위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출시 한 달여 만에 550만명, 지난 4월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최근 2000만명을 넘어섰다. 출시한 뒤 곧바로 공공기관 전자서명 시범사업자에 선정된 데다 예방접종 간편 예약 시스템에 참여하면서 급성장했다.

현재는 QR체크인, 백신 예약, 백신 접종 확인 등에 널리 쓰이고 있으며 정부24, 국세청, 관세청, 한국장학재단, 병무청 등 10여개 기관과 제휴하고 있다.

네이버는 카카오보다 빠른 지난해 3월 인증서를 출시했다. 국내 1위 포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에서 이용자 편의를 극대화하는 것에 주력한다. 현재 이동통신 개통, 사이버대학 수강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8월 현재 제휴사는 100곳이 넘는다.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200만명으로 꾸준히 늘다가 최근 백신 예약 시스템을 통해 1600만명으로 급증했다. 하반기에는 연세대와 함께 출석체크, 시설 출입, 수강신청에 사용할 수 있는 학생증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다양한 사업자에 기회… ‘빅테크 몰아주기’ 비판도

사업 특수성을 살려 경쟁력과 대규모 가입자를 확보한 인증서 사업자도 여럿 포진하고 있다.

간편결제 시스템 페이코는 지난해 12월 인증서 서비스를 출시했다. 가입자 수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정적인 시스템과 보안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 출시와 동시에 행정안전부 선정 ‘공공기관 전자서명 시범사업자’에 들었다. 현재는 국세청, 정부24, 개인통관고유번호 등 공공서비스를 중심으로 본인인증과 간편 로그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제휴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는 2017년 6월 국내 최초로 모바일 메신저 기반 전자서명, 간편 인증서로 출시됐다. 증권 거래 시 빠른 서명, 신용정보 조회, 청약, 대출 등 금융 관련 서비스에 특화돼 카카오 인증서와는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토스 역시 주로 안전한 금융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전자서명·인증 서비스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자서명·인증서 시장은 약 7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공공업무와 금융거래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비대면 문화가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만큼 사설인증서 시장도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국가 인정을 받은 사설인증서는 한 곳도 없다.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인정·평가 제도에 따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금융보안원,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3개 기관이 사업자들을 평가하고 이후 인정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인정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사업자 대상 심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조만간 인정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현재 네이버, 토스, 페이코, 뱅크샐러드가 첫 번째 인정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핀테크 유니콘을 대표하는 뱅크샐러드는 아직 자체 인증서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았지만, 준비를 마치고 이르면 이달 안에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국가 인정을 받은 사업자에는 향후 제휴처 확보 등 사업 영역 확장에도 힘이 실리게 될 전망이다.

행전안전부가 이와 별도로 지난해 12월 선정한 ‘공공기관 사설인증 시범사업자’ 4곳은 올 초 연말정산 시즌 때 고객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상위 사업자들의 윤곽이 잡혀가는 가운데, 중소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빅테크 몰아주기’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 9일부터 18∼49세 백신 예약을 받으면서 네이버, 카카오, 패스 인증서를 백신 간편 예약 인증서로 임의지정했다.

추진단은 “사안이 급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3개 인증서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포함되지 못한 사업자들은 서운함이 큰 상황이다.

한 중소 인증서업체 관계자는 “백신 예약은 18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 연말정산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성장 기회였는데 신청도 받지 않고 중소업체들을 배제한 것”이라면서 “다양한 인증서 사업자에 기회를 주기 위해 공인인증서를 폐지해놓고 정부가 빅테크에만 힘을 실어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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