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 순항미사일 실전배치 땐
한·미 연합군 방공망 무력화 가능
軍, 발사 징후 사전 포착 여부 주목
美, 강한 규탄 없이 협상 기조 유지
13일 북한이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선 게 확인되면서 그 의도와 배경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지난 3월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지 6개월 만인 11일과 12일 잇따라 ‘북한판 토마호크’라 불리는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섰다. 이번 시험발사엔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피하면서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순항미사일 개발한 이유는
순항미사일은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에서 발사, 사전에 설정된 비행경로를 지그재그식으로 낮게 날아 원거리에 있는 목표를 정밀타격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다.
한·미 연합군의 요격시도를 무력화하면서 한반도 이남 지역을 정밀타격할 능력을 보유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 제1차 걸프전과 리비아 공습 등에서 미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적 방공망을 파괴, 공군 전투기들이 지상 목표물을 안전하게 타격하도록 지원했다. 북한의 신형 순항미사일이 실전배치되면 한·미 연합군 방공망과 미사일요격체계를 순항미사일로 무력화한 뒤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이남과 일본의 군사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순항미사일이 한·미·일을 겨냥한 북한의 ‘비수’가 될 전망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향후 북한은 순항미사일 추가 시험발사를 통해 성능 향상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순항미사일은 동체 배면에 공기흡입구가 있다. 이는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초기형에 해당하는 특징이다. 신형 토마호크와 한국군 현무-3C 순항미사일(사거리 1500㎞)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시험발사 당시 북한이 비행특성은 공개했지만, 표적에 명중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명중률을 확보했다는 점을 과시할 필요도 있다. 추가적인 기술 개량과 시험발사 소요는 충분한 셈이다. 북한이 추가 시험발사에서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다면, 한·미연합군의 미사일 요격 작전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군, 북한 순항미사일 포착했나
군 당국이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했는지, 발사 후 탐지했는지 여부도 주목된다. 지상에서 2발을 시험발사한 정황으로 볼 때 레이더망에 탐지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이 미사일 발사를 탐지했다면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순항미사일이 1500㎞를 날아갔다면 북한 영해 곳곳을 돌아다니지 않았겠나. 한·미 군 당국이 충분히 탐지했을 것”이라며 “현 정부 들어 대북제재 요소가 아닌 순항미사일 관련 정보는 군이 공개를 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군의 탐지능력에 대한 국민적 의심과 불신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군이 정보를 사전에 알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한반도 지상에서 발사돼 500여m 이상 올라가는 발사체는 레이더망에 포착되지만 순항미사일은 이보다 낮게 날 수 있어 포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사일 탐지·요격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군은 북한이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이를 포착하지 못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정보 당국 간 긴밀 공조하에 정밀 분석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주변국 위협’ 지적한 미국 의도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성공 발표에 대한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성명은 최근 북한 도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우려와 경고 목소리를 내면서도 대화와 외교를 강조하며 비핵화 협상테이블로 유도하려는 기조를 보였다. 이날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발표가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담았지만, 강한 경고나 규탄보다는 현재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한·미의 지속적 대화 요청에도 북한이 대응하지 않고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이어서 미국이 대북 대응기조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한·미는 지난달 23일과 30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번 도발은 14일 일본에서 한·미·일 3자 협의를 앞두고 벌어진 것이어서 3자 협의에서의 논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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