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의정활동 위해” 입 모아
21대 전반기 최다 이용, 與 구자근
“휴가철 ‘이어령의 마지막…’ 추천
삶 관통하는 희망의 메시지 만나”
조명희 “신산업 원천 습득 큰힘”
김형동 “‘열하일기’로 시야 확장”
野 유기홍 “지식 구성하는 체성분”
조정훈 “부끄럽지 않은 정치하려”
세계일보는 국회도서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국회도서관 이용 상위 10곳의 의원실을 알아봤다. 이 중 다독가 의원 9명을 인터뷰했다. 하루를 30분 단위로 쪼개 일정을 소화하는 의원들에게 시간을 내 책을 읽은 이유를 물었다. 저마다 답은 달랐지만 “더 나은 의정활동을 위해 독서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읽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다”는 스코틀랜드 작가 새뮤얼 스마일스의 말을 떠올리며 의원들의 ‘독서론’을 정리했다.
◆국민의 대표, 그들은 왜 읽는가
21대 전반기(2020년 6월∼2022년 5월) 국회에서 국회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한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은 29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의정활동에서 부족한 부분을 독서를 통해 채운다고 했다. 구 의원은 “단편적인 지식의 축적보다는 독서를 통해 해당 분야에 폭넓게 접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관료 출신인 같은 당 김상훈 의원은 상임위 활동에 독서가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상임위의 이슈와 관련해 관계 서적을 한번 보는 것과 과거 다른 의원이 질의했던 내용만 확인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책을 통해 저자의 문제의식을 엿보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경북대 항공위성시스템전공 교수를 지낸 같은 당 조명희 의원은 “신산업 원천을 습득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독서를 꼽았다. 그는 “국가과학기술위·국가우주위 등 다양한 위원회 활동에도 독서가 큰 힘이 됐다”며 “책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했다. 실효성 있는 의정활동을 위해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독서는 내 지식과 지성을 구성하는 체성분”이라며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보면서 세상을 비판적으로 보는 안목이 생겼고, ‘백범일지’를 통해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생의 방향을 잡는 과정이 모두 독서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북한 장마당 꽃제비 출신의 장애인 탈북민에서 국회의원이 된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부족했던 학업을 보충하기 위해 책을 잡았다. 그는 “책 속에 길이 있고,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에서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한국에 와서 법학 석사 학위까지 마쳤는데, 정치를 하다 보니 다양한 경험이나 지식이 필요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책을 읽고 이를 의정활동에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책은 직접 경험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많은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정치 활동 과정에서 자칫 편향될 수 있는 제 신념과 가치의 중심을 잡아주는 무게 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형동 의원은 “정신노동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말만 가지고 대화를 이끌어 가는 건 한계가 느껴진다”며 “이야기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하루 10분이라도 책을 꼭 읽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교섭단체 의원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의원실 벽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이라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 한 구절을 붙여 놓고 있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이 방에서 하는 대화, 결정들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국민들이 정치에서 원하는 게 뭘까를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이 되고자 책을 읽는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책이 가진 기본 속성 때문에 계속 읽는다”며 “새로운 유행이나 지식을 접하기도 하고, 간접 경험의 측면 등 여러 장점이 있다. 다른 매체가 발달해 상대적으로 책을 덜 읽게 됐지만 인류가 존재하는 한 책의 효용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독서 예찬론을 폈다.
◆의원들이 권하는 추천서
독서가 의원들은 올여름 읽을 책으로 여행기부터 수필, 정치·철학·기술 서적 등 삶에 관한 다채로운 책을 권했다.
구 의원은 얼마 전 타계한 이어령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추천하면서 “삶과 죽음, 인생을 관통하는 희망과 공감, 치유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었다”며 “정치도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희망을 얘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독후감을 전했다.
김상훈 의원은 인도의 성자인 라마나 마하리쉬의 ‘나는 누구인가’를 추천했다. 그는 “현대인들의 인간관계, 업무 스트레스 등 여러 이유로 정서적으로 불안해져 있는데, 에고(ego·자아)에 흔들리는 현대인들에게 일람을 권해볼 만한 책”이라며 “마음의 평화를 원하는 분들에게 해답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조명희 의원은 ‘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를 추천하면서 “이 책에는 메타버스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면서 우리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갈지 잘 나타나 있다”며 “빠르게 변화해 가는 시대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고 했다.
지 의원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꼽았다. 그는 “여행 경험을 토대로 인간과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낸 책”이라며 “단순히 여행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나 인생의 의미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추천한 김도읍 의원은 “‘시선의 높이가 생각의 높이고, 생각의 높이가 삶의 높이며, 삶의 높이가 바로 사회나 국가의 높이’라는 내용이 책의 핵심”이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통찰력을 키움으로써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고 했다.
경북 안동시·예천군을 지역구로 둔 김형동 의원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추천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하다 보면 어떤 사회 현상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올여름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걸 하나하나씩 깨 나가는 과정을 거치려 한다”며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는 당시와 지금이 다르지 않다. 시야를 넓히는 시간을 연암의 글을 통해 가져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은 미국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의 ‘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는가’를 추천하면서 “정치 양극화 시대에 왜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는가, 이게 정치의 문제인가 구조의 문제인가, 이런 갈등을 어떻게 푸는가 하는 걸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책”이라며 “어떻게 이런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을지, 사회 여러 분야에 갈등이 많은 요즘 모두에게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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