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란 의원친선협회 “필요하면 정중히 사과해야”
이란은 대중동 최초 수교국, 올해 수교 61주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이란측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양국은 대사를 ‘맞초치’하며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20일 “다소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란은 UAE와 적대관계가 아니라며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을 요구한 이란에 우리 대통령실은 ‘너희가 오해했다’고 맞선 것이다.
하지만 멀쩡한 두 나라 사이를 적대관계로 규정한 대통령 발언이 비외교적이고 양국에 결례였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핵심을 벗어난 해명으로 사태를 키울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한 뒤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이란 의원친선협회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진솔한 자세로 충분히 해명하고 필요하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 대통령 발언은 자칫 UAE와 이란 관계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이란을 적으로 여기고 있다고 오해를 불러일으켜 한·이란 갈등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란과 UAE는 전쟁한 적도 없고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적도 없다”며 “최근 두 나라 간 평화로운 관계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마당에 제3국 대통령이 적으로 규정한단 건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이란 의원친선협회는 우리 측 의원단은 더불어민주당 4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 등 7명이다. 회장은 김정호 민주당 의원, 부회장은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다. 이날 입장은 협회 명의로 이뤄졌는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입장 발표 기자회견엔 참석하지 않고 ‘상처가 덧나지 않고 아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올해가 한·이란 수교 61주년이며, 이란이 대중동 최초 수교국이자 1973년 석유 파동 당시 우리나라에 석유를 공급한 유일한 국가라는 점 등도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아웅다웅하며 패권이 격화해도 아직까지 서로 해본 적이 없는 소리가 ‘적’”이라며 “UAE와 이란이 관계를 개선 중이라는 팩트에도 맞지 않고, 우리와도 (이란이) 철천지원수가 아니다. 외교적 언사를 할 때 이렇게까지 독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말 원수한테나 쓸 수 있는, 북한식 화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국격, 국력을 생각하면 해선 안 될 발언”이라며 “이란도 이란이나, UAE가 굉장히 곤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해당 발언을 ‘사고’라고 규정했다. 진 교수는 이날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외교적으로 큰 사고를 친 것”이라며 “엉뚱한 맥락에 부적절하게 이란 얘기를 끼워 넣어버린 언어 실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깔린 주적의식이 더 문제”라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강조한 게 ‘외교의 기본은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항상 친구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이 직접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나와 “(적당한 수습으로) 끝나지 않을 일”이라며 “우리 상선들도 전부 조심하고, 대통령실이나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언어, 말씀은 항상 검토되고 정제되고 신중해야 하는데 푹 저질러버린 것”이라며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사과해서) 진정시키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외교부는 대통령한테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는데, 보통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외교부는 절대 그런 실수를 안하는데 대통령이 (준비된 것을) 안 읽어보고 그냥 ‘북한은 주적이다’ 하듯이 냅다 나온 게 적 발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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