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미분양 한 달 새 1266건 ↑
6만3755건… 10건 중 8건 지방
악성 물량도 37개월 만에 최대
자금난에 올해 들어 685곳 폐업
“취득세 감면 등 적극적 대책 시급”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의 영향으로 주택 시장이 침체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지방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어 우려된다. 아파트 완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경우 10건 중 8건 이상이 지방이다. 지방 아파트 물량을 주로 맡던 중소건설사도 분양 실패에 따른 자금부족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지방 악성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세제 혜택까지 발표했으나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악성 미분양 주택 지방에 80% 몰려
7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올해 1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전월(6만2489가구)보다 1266가구 늘어난 6만3755가구로 두 달 연속 6만가구를 돌파했다. 이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육박한다. 대구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1만124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으며, 경북(9299가구)이 두 번째를 기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울(997가구), 인천(3094가구), 경기(6069가구) 등 수도권의 경우 약 16%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분양 물량(1만3830가구)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7906가구)에 풀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격한 차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미분양 물량의 대부분은 강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분양가 상한제가 풀리면서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한 영향”이라며 “가격만 적당하면 금세라도 빠질 물량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일 ‘광화문 10분 거리’의 입지를 앞세운 ‘경희궁 유보라’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124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으며, ‘로또 청약’으로 불린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에도 100만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소위 ‘악성’으로 취급받는 준공 후 미분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1월 기준 전국의 악성 미분양 주택은 6개월 연속 증가하며 총 1만1363가구에 달했다. 이는 37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이 중 비수도권(9115가구)의 비중은 80%를 초과한다. 악성 미분양 주택 10건 중 8건은 지방인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이 1210가구로 가장 많으며, 경남(1190가구), 경기(1182가구), 부산(1174가구), 제주(1089가구), 대구(1065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부산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882가구였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한 달 만에 33.1% 급증했다.
◆건설사 685곳 문 닫아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며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부도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건설사는 종합건설사 79곳, 전문건설사 606곳 등 총 685곳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부도난 전문건설사도 5곳에 이른다. 광주와 울산, 경북, 경남, 제주 등지에 본사를 둔 지방 건설사들이다.
국내 건설사 중 상당수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500대 건설기업 자금사정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76.4%가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서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고 답했다. 최근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는 답변도 38.3%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올해 초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지방 악성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파격적인 세 감면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전용 85㎡·분양가 6억원 이하를 내년 말까지 최초로 사는 경우 해당 주택은 주택 수 산정 시 제외해 주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1주택자가 올해 미분양 아파트를 최초로 구입할 때에는 여러 채를 사더라도 1주택자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고까지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중소건설사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부동산학)는 “미분양 공식 통계가 6만이지 비공식까지 포함하면 8만가구 내외일 것”이라며 “중소건설사들이 모두 고사하기 전에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 등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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