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70대가 인근 대형병원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으로 18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13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6시30분쯤 세종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남성 A씨가 아파트 야외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혔다. 하지만 A씨는 뇌출혈 증상에도 사고 장소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응급실로 이송되지 못했다. 지역에서 유일하게 응급 수술이 가능했던 세종충남대병원이 사고 바로 전날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은 세종의 민간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했다. A씨는 이송된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은 후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사고로부터 18시간 이상이 지난 이튿날 오후 1시쯤에야 청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고, 결국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그는 일주일 넘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은 “대형병원 응급실로 바로 갈 수 있었다면 적절한 처치를 받고 회복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 지역에서 유일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세종충남대병원은 추석 연휴 한시적으로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지만 전문의가 충원되지 않으면 다시 야간 응급실을 폐쇄해야 한다.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며 세종충남대병원 외에도 전국 곳곳의 응급실이 의료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소속 수련병원 53곳을 조사한 결과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지난해 914명에서 현재 535명으로 41.5% 줄었다. 386명이었던 전공의가 90% 이상 병원을 떠나며 33명만 남은 탓이다. 특히 대전·충청(58%), 부산(53.6%), 광주·전남(51.2%)에서 응급실 근무 의사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조사 결과 수련병원 53곳 중 7곳은 응급실 근무 의사가 5명 이하여서 24시간 전체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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