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실직을 한 50대가 복권 낙첨을 확인한 날 10년째 투병 중인 아내를 살해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후 이 50대가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이 사건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울산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종혁)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검찰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A씨의 부인은 2014년 뇌경색을 앓으면서 신체 한 쪽이 마비되는 증상으로 투병했다. 지난해 11월엔 집에서 넘어지면서 골절상을 입었고, 수술을 받은 뒤엔 집에서 A씨의 간병을 받으며 지냈다.
A씨는 아내의 투병생활로 약 8000만원의 빚이 생겼다. 그러다 2년 전엔 A씨도 뇌경색 진단을 받았고, 목디스크 증세가 심해지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퇴직금으로 수술을 하기 위해서였다. 수술을 한 뒤 A씨는 기존 회사에 재입사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은 더 커졌다.
올해 3월17일 오전, A씨는 전날 구입했던 복권의 당첨번호를 조회했다. 낙첨된 사실을 알게된 A씨는 더 이상 돌파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날 오후 12시45분, A씨는 경남 양산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와인 2병을 나눠 마셨다. 아내가 취하자 아내를 안방의 의료용 침대로 옮겨 눕혔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리곤 경찰에 자수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법과 제도가 지키고자 하는 최고의 법익이고,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10년간 보호자 없이 거동이 불가능한 피해자를 부양한 점, 유족인 두 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병든 가족을 살해하거나 함께 목숨을 끊는 이른바 ‘간병살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엔 전북 전주에서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돌보던 80대가 아내를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시도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이 80대는 자신도 말기암을 앓고 있었다. 그는 “몸이 아파 아내를 돌보기 힘든데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 간병살인 통계는 없지만, 2006∼2018년 국내 판결에 따르면 병든 가족을 살해했거나 함께 목숨을 끊은 ‘간병살인’은 173건에 이른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213명(자살자 포함)이다. 환자를 남기고 자신만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도 있었다.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먼저 노노간병으로 인한 살인 등이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간병 스트레스에 따른 범죄를 따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2007~2014년 8년간 일본에서 발생한 간병 스트레스에 따른 살인사건(미수 포함)은 371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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