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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누라 내놓아라" 다짜고짜 불 질러…15명 사망, 25명 부상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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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04 07:56:17 수정 : 2024-10-04 07: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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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왕국회관 방화범 원언식, 종교 갈등 끝 폭발[사건속 오늘]
31년여 최장기 사형대기…교도소서 신앙생활 '기부하는 모범수'

1992년 10월 4일, 일요일을 맞아 강원도 원주시 우산동의 '왕국회관'에는 90여 명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순회 강사 강연에 심취해 있었다.

 

오후 2시 30분 무렵 플라스틱 통을 든 한 남성이 "우리 마누라를 내놓으라"며 소리를 질렀다.

 

소리쳐도 아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신도들이 "그런 사람 여기 없다"고 달래려고 하자 이 남성은 들고 있던 플라스틱 통에 담긴 휘발유를 예배당 바닥에 뿌렸다.

 

그럼에도 끝내 아내가 나타나지 않자 "이놈의 교회를 불 질러 버리겠다"며 라이터를 켰다.

 

이 불로 신도 15명이 사망하고 25명이 화상을 입는 대참사가 빚어졌다.

 

사망자 중 1명은 수혈만 받았어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교리에 따라 수혈을 거부, 목숨을 잃었다.

 

불을 지른 남성은 1957년 6월 17일, 당시 만 35살 원언식이었고 그가 찾던 부인은 1959년생 33살의 A 모 씨였다. A 씨는 남편이 소리를 치는 것을 듣고 몰래 뒷문을 통해 예배당을 빠져 나가 화를 면했다.

 

종교에 빠진 아내…시어머니, 남편과 사이 멀어져

 

원언식은 일찍 아버지를 여의는 등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

 

고교진학 대신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대한지적공사에 입사했으며 독학으로 지적기사 1급 자격증까지 취득할 정도였다.

 

1982년 A 씨와 결혼, 두딸을 얻은 원언식은 1991년 5월 아내가 장모의 권유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면서 가정불화가 시작됐다.

 

원언식의 눈에는 아내가 왕국회관을 목숨보다, 가족보다 중요시하는 듯했다. 원언식은 홀어머니가 아들 집을 나간 것도 아내 탓인 것만 같았다.

 

그는 장모에게 '제발 아내를 타일러 달라'고 애원했지만 '내 딸의 믿음을 방해하지 말라'는 핀잔만 들었다.

 

문제의 그날, 토요 숙직 후 집에 왔다가 신앙문제로 부부싸움…술로 분함을 풀다가 끝내

 

문제의 1992년 10월 4일 아침, 원언식은 토요 당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남편이 오자 '회관에 가봐야 한다'며 외출 채비를 했다. 이에 원언식은 차라리 '이혼하자'며 왕국회관행을 말렸고 아내는 '죽으면 죽었지 그럴 수 없다'며 이혼도, 여호와의 증인에서 벗어나는 것도 거부했다.

 

이에 화가 난 원언식은 소주병을 들이켰다. 아내는 그런 원언식을 놔둔 채 왕국회관으로 가 버렸다.

 

만취한 원언식은 정오 무렵 집 부근 주요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한 뒤 왕국회관으로 향했다.

 

1~3심 모두 사형선고…최장기 사형 대기수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와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죄로 기소된 원언식에 대한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992년 10월 4일 방화에서 1993년 11월 23일 대법원 사형 확정판결까지 걸린 시간은 13개월 19일에 불과했다.

 

4일 현재 원언식은 사형확정 후 만 30년 10개월 11일 대기, 사형수 59명 중 최장기 사형대기수이다.

 

사형집행 시효 30년 논란 야기…사형집행 시효 폐지

 

원언식으로 인해 2023년 봄 사형 시효 논란이 야기됐다.

 

당시 형법 제78조(형의 시효의 기간) 1항은 "사형 시효는 30년"으로 돼 있었다. 즉 30년이 경과하면 시효 완성으로 집행을 할 수 없게 된다.

 

형법을 그대로 놔두면 원언식은 확정판결 30년 뒤인 2023년 11월 24일 사형집행을 면제받게 된다. 그 경우 그를 교도소에 계속 붙잡아 놓을 근거도 애매해진다.

 

이에 정부는 서둘러 형법 개정 작업에 나서 2023년 6월 5일 '사형집행 시효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국회는 7월 18일 이를 처리해 시효 논란을 잠재웠다.

 

◇ 교도소에서 신앙생활 시작…교도소 검진 때 간암 발견, 수술 후 완치

 

원언식은 1심 선고 직후인 1993년 2월 안양 교도소에서 기독교 전도를 받아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수많은 인명을 해친 것을 반성하며 살아오던 그는 2005년 7월 간암말기 판정을 받았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때 간 수치가 정상치의 수천 배에 이르는 1만으로 나타나는 등 종양이 워낙 커 '수술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수술이 가능하도록 종양크기를 줄여보는 색전술 치료를 해보자"고 제안, 4회 색전술 치료 끝에 기적적으로 종양 크기를 줄인 원언식은 2006년 10월 중순,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교도소 작업장에서 일하며 모범수의 삶을

 

간암 말기를 떨친 원언식은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청원, 심사끝에 허락을 받아 사형집행을 대기 중이던 서울 구치소를 떠나 2008년 5월 19일 광주교도소로 이감됐다.

 

현재 원언식은 종이 쇼핑백을 접은 일을 하면서 월 12만 원가량의 보수를 받아 일정 몫을 기부하는 등 모범수로 살아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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