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때 출국금지 내려졌다 생각하고 포기한 듯”
음주 상태로 고급 외제차를 몰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20대 연인을 치어 사상케 하고 도주했던 30대 운전자와 적극적으로 도피를 도운 지인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틀 넘게 도망 다니며 동남아 출국도 시도했었는데, 여행 가방에 든 '양주'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상 혐의를 받는 A씨(33)를 구속 송치했다.
A씨에게 대포폰을 제공하는 등 도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를 받는 그의 고교동창생 B씨(33)도 함께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이날 오전 7시 50분쯤 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며 "범행을 인정하냐",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느냐" 등 기자들이 질문하자 "죄송합니다", "나중에 말씀 드리겠습니다"고 답하며 호송차에 올라탔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3시 11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마세라티를 몰던 중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2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사고로 2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고 그의 여자친구가 숨졌다.
사고 이후 A씨는 B씨 등 지인 3명의 도움을 받아 전국으로 이동했다. 해외도피를 위해 태국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기도 했으나 긴급 해외 출국 금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범행 당일 대전을 거쳐 인천까지 이동한 A 씨는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했지만, 출국 금지가 내려졌다고 생각하고 포기했다.
그가 이런 착각 아닌 착각을 하게 된 이유는 여행 가방에 넣은 양주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직원이 수화물을 처리하다 술을 발견하는 바람에 수속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 지레 겁을 먹었다고 한다.
현금을 사용해 택시나 공항 리무진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고 인천공항을 거쳐 서울 등을 배회하던 중 범행 이틀 만인 9월 26일 오후 9시 50분쯤 서울 역삼동의 유흥가에서 긴급 체포됐다.
A씨와 함께 마세라티에 타고 있던 동승자 C씨(30)와 광주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벤츠 차량을 이용해 대전까지 도피를 도운 조력자 D씨(32)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기각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검거돼 음주 수치를 확인할 수 없어 체중 등으로 역추적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다.
위드마크 적용 결과 주범 A씨의 경우 단속 기준(혈중 알코올 농도 0.030)에 미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까지 도피를 도운 C씨는 기준에 상회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송치할 방침이다.
범행에 사용된 마세라티의 속도 관계를 도로교통공단에 감정한 결과 과속이 확인돼 A씨는 과속 혐의도 추가로 받게 됐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