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돼도 분할 납부하면 혜택 그대로…"형평성 제고해야"
#77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91세 A씨는 2020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16개월간 건강보험료 5053만 원을 체납했다. 그는 건강보험공단의 독촉에 체납액을 분할 납부하고 있지만 아직 남은 체납액은 2684만 원이다.
#이자 배당 소득으로만 연 8억 5421만 원을 버는 58세 B씨는 2019년 10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20개월 동안 4170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체납했다. B씨 역시도 분할 납부를 했지만 그에겐 아직 319만 원의 체납액이 남아 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전문직 등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건보료를 체납하고 있는 '특별관리대상'이 지난해 7만1410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지난 8월까지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세대는 7만368세대였다.
건보공단은 소득이 높거나 직업이 좋아 건보료를 체납할 형편이 아님에도 6개월 이상 체납하거나 체납액이 100만원 이상인 세대를 대상으로 금융소득 등 16개 유형을 나눠 따로 관리를 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매해 유형별 기준을 선정해 관리 대상자에게 징수 독려 및 강제 징수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 5년간 연도별 특별관리대상 징수 현황을 살펴보면 체납액은 △2019년 1351억 원 △2020년 1524억 원 △2021년 1707억 원 △2022년 1585억 원 △2023년 1667억 원 △2024년(8월 기준) 1632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징수율은 △2019년 79.1% △2020년 △2021년 77.8% △2022년 76.9% △2023년 78.8% △2023년 79.1% △2024년(8월 기준) 69.7%로 5년간 70%대를 이어갔다.
다만 건보공단 관계자는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체납하는 분들을 집중적으로 징수하자는 개념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전화를 하거나 압류를 하면 바로 반응이 오고 납부로 많이 이어지는 편"이라며 "연말에 다음 해 징수율 목표를 잡고 사업을 시작하는데 올해는 목표치 달성이 덜 된 것이고 대부분 70% 이상 징수가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체납 기간이 길고 체납액이 많아 특별관리 대상자로 선정돼도 건보 혜택을 못 받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건보료가 6개월 이상 체납될 경우 급여가 제한돼 병원에 가더라도 건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데, 분할 납부를 할 경우 제한이 풀리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6개월 이상 체납하면 급여 제한이 된다고 사전통지를 하고 제한을 시킨다"며 "특별관리 대상자라고 다 급여 제한이 되는 건 아니고 분할 신청해서 납부하고 성실 납부하면 제한이 풀린다. 급여 제한은 간혹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연 15억4000여만 원을 버는 도매업자 C씨가 13개월간 3467만 원의 건보료를 체납하고 분할로 체납액을 납부해 아직 263만 원의 체납액이 남았다고 해도 건보 혜택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밀린 건보료를 일시불로 납부할 능력이 되더라도 별다른 제한 없이 분할 납부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분할 납부를 약속한 특별관리 대상자가 2회 이상 납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분할 납부가 취소되고 압류 등 체납 처분에 들어간다는 게 건보공단의 설명이다.
이에 백종헌 의원은 "고소득, 전문직 등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부당하게 건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성실히 납부한 국민들은 박탈감과 실망을 느낄수 밖에 없다"며 "건보공단은 체계적인 징수를 통해 납부 형평성을 제고하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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