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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면서 ‘역시 한국 쇼트트랙’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9일 끝난 쇼트트랙 경기에 걸린 총 9개의 금메달 중 6개를 따내 세계 최고의 기량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남아 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중국 대표선수 린샤오쥔은 임효준(28)이다. 린샤오쥔은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박지원을 추월, 극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린샤오쥔이 금메달을 따내자 2위 박지원(28)과 3위 장성우(22)가 울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축하인사를 했다. 레이스를 마친 린샤오쥔이 중국 코칭스태프 품에 안겨 눈물을 쏟는 모습을 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임효준은 22세 때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1500m 금메달을 획득했던 대한민국 쇼트트랙 최고 유망주였다. 그는 단거리에서부터 장거리까지 모든 종목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던 선수로, 김동성·안현수 뒤를 이을 재목이었다. 그러나 2018평창동계올림픽 직후 대한빙상경기연맹을 이끌던 삼성이 떠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2019년 봄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그는 대표팀 동료이자 한체대 후배 황대헌과의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선수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사건은 당시 대표팀 코칭스태프 인솔하에 행해진 훈련 도중 발생했다. 장난 삼아 황대헌의 바지를 벗긴 것이 성추행 사건으로 비화했다. 대한체육회는 쇼트트랙 선수 전원을 퇴촌시켰고, 삼성과의 결별로 관리단체였던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임효준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코칭스태프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언론의 질타 속에 스포츠 행정을 책임졌던 대한체육회장, 선수촌장, 그리고 빙상계 원로 등 어른들이 비겁했다.
성추행 사건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피의자 신분의 임효준은 선수생명 연장을 위해 2021년 중국으로 귀화했기에 린샤오쥔이 탄생한 것이다. 빙상팬 사이에서는 임효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점 늘고 있지만 이제는 해결 방법이 없다. 특히 이런 배경을 잘 모르는 팬이 더 많다. 따지고 보면 안현수(39)도 어른들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러시아로 갔다.
임효준이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황대헌은 이번 국가대표호에 승선하지 못했지만 내년에 벌어질 이탈리아 올림픽에서는 맞대결도 예상된다. 린샤오쥔은 결국 대한민국 빙상의 아픔이다.
성백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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