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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박한별 "영화 '숙명'은 나의 모든 것을 바꿔주는 단어"

입력 : 2008-03-31 15:41:57 수정 : 2008-03-31 15: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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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여자 배우들의 담배 피는 모습이나 베드신은 이제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노출 강도만이 주요 관심대상이고 담배 피우는 정도 가지고는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 하지만 박한별에게 담배와 베드신은 충격적이며, 그 자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얼짱'이란 태생적인 배경을 지니고 연기자에 길에 들어섰기 때문에 항상 예쁘고, 여성스럽고 새침한 역할에만 어울릴 것만 같았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고, 상대 배우와 침대를 뒹구는 그런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박한별은 송승헌, 권상우, 지성, 김인권 등 네 남자의 우정과 배신을 그린 영화 '숙명'에서 홍일점인 은영 역으로 등장한다. 전형적인 남자영화인 '숙명'의 어두침침한 분위기와 '얼짱'은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시니컬한 표정과 어두운 표정 그리고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은 우리가 기대했던 '얼짱'의 모습과는 다르다.  '숙명'의 박한별을 표현할 때는 '얼짱'이란 단어를 슬며시 빼야할 것 같다.

"'얼짱'이라는 단어는 제가 연기를 하는데 쉽게 시작하도록 만들어준 단어라면, '숙명'은 나의 모든 것을 바꿔주는 단어인 것 같다."

영화 '숙명'은 박한별이 연기 생활을 이어가는데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작품이다. 영화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여우계단'으로 데뷔한 뒤 드라마 '요조숙녀', '한강수타령', '환상의 커플' 등 쉼 없이 달려왔지만, 매번 비슷한 이미지만 소모하는데 그쳤다. 박한별은 "지금까지 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제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역할을 하게 돼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촬영장 가는 길이 막막할 정도의 어려움을 견딘 끝에 박한별은 이미지 변신을 얻어냈고, 그 변신은 성공적이다. 촬영장에서 사람들과 말도 안하고, 사람들하고 어울리지도 못했다. 평소의 습관과 말투가 은영이라는 인물에 나올까봐서다. 그만큼 자신 스스로를 은영과 동일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이번 촬영장에서는 농담도 안하고 어울리지도 않았다. 놀다보면 그 모습이 영화에서 드러날 것 같았다. 막막하고 떨리는 촬영장이었다."

박한별은 '숙명'을 통해 스스로 만들었던 역할 경계선을 허물었다. 어떤 역할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라는 큰 무기를 얻었다. "예전에는 '할 수 있는 역할'과 '할 수 없는 역할'로 구분지어 작품을 선택했다. '숙명'을 하면서 그 경계점이 없어졌다. 이제 어떤 역할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숙명'에서 '얼짱'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변신에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박한별은 여전히 '얼짱'이다. 그는 "어떤 큰 역할을 맡아 소위 대박을 친다고 해도 '얼짱'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 '얼짱'을 제외하고 새로운 이미지로만 불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얼짱'은 박한별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소모적인 오해도 양산했다. 박한별은 데뷔와 동시에 '여고괴담' 주연을 꿰차며 충무로 샛별로 떠올랐지만, '얼짱'이었기 때문이라는 그릇된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다. 10년 동안 배워왔던 무용도 하기 싫었다. 그래서 배우를 하겠다고 나섰고, 준비한지 1~2년 정도 됐을 때, 우연히 '얼짱'이 됐다. 절대 '얼짱'이 돼서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들어갈 때만해도 유명하지 않았다. 혼자 힘으로 노력 끝에 입학했고, 이후 '얼짱' 때문에 인지도가 높아졌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스스로 사람들과 경계선을 만들었고, 학교 다니기 힘들어 학교를 옮기게 됐다." 현재 박한별은 건국대학교 영화학과에 재학 중이다.

역할도 제한적이다. '얼짱'이기 때문에 항상 예쁜 것만 신경 쓰고, 여성스러울 것 같은 이미지를 낳았다. 자기 성격을 표출할 수 있는 캐릭터보다 '얼짱'에 어울리는 역할만 맡아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게 있다. '환상의 커플'도 그렇게까지 나쁜 아이는 아니었는데, 상실(한예슬)이 반응이 좋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나쁘게 그려졌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비춰지는 이미지 때문에 감독님들도 그런 이미지를 더 쉽게 뽑아낼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연기한지 6년째를 맞이하는 박한별은 '숙명'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얼짱' 박한별이 아닌 '배우' 박한별로 가는 전환점에 서 있다.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싶지도 않고, 한 이미지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지도 않다. 어떤 캐릭터든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내 모습과 성격을 표출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 황성운 기자 jabongdo@segye.com 사진=박효상 객원기자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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