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대응태세ㆍ보고지휘체계ㆍ정보능력ㆍ기강도 지적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군에 대한 전방위적인 고강도 개혁을 예고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천안함 사건) 원인이 밝혀지기 전이라도 우리가 즉각 착수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의 안보태세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는 일"이라며 군 전반에 대한 강도높은 개혁에 즉각 착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 자신도 이미 자성하고 있을 것이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군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천안함 사건을 있을 수 없는 군의 중차대한 실수가 동반된 사안으로 규정해 이를 질타함과 동시에 반드시 뜯어고치겠다는 개혁 의지를 분명히 한 대목이다.
우선 이 대통령은 군의 긴급대응태세와 보고지휘체계, 정보능력, 기강 등을 군이 개혁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실제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군의 초동대응과 보고시스템은 엉망이었다.
사건 발생시각을 세 차례나 정정하고 전술지휘통제체계(KNTDS)에 천안함 위치신호가 사라지면서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제대로 판단을 못하는 등 기본에서조차 우왕좌왕했다. 천암함을 격침시킨 것으로 판단된 북한 잠수함(정)을 향해 130여발의 함포사격을 가했지만 결국 `새떼'라는 결론을 내리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있었다.
사건 초기 북한소행으로 판단하고서도 사고해역에 급파된 링스헬기가 대잠작전을 펼치지 않았고, 공군 전력도 뒤늦게 요청하는 실기까지 범했다.
특히 대령급 합참 상황반장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보고를 누락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겹치면서 군 기강이 물러질 대로 물러졌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이 같은 군의 실수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묻는 동시에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군의 정보능력 또한 도마에 올려졌다.
군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 잠수함(정)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지만 그에 대한 보다 확실한 정보판단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미연합 정보자산에 의해 북한 군사기지를 중심으로 손금 보듯 한다는 게 그간 우리 군의 `자랑'이었지만 북한 잠수함(정)이 언제 어디로 이동했는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는지에 대해선 전혀 몰라 정보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 대통령은 또 "군 조직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조직의 폐해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며 "각 군간 협력 속에서 실시간 입체 작전을 수행하고 각 군 전력이 효과적으로 통합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강조했다.
사실 합동군 체제는 우리 군이 지향하는 바이지만 이번 사태에서도 보듯이 육군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작전조직인 합참이 해군사고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문외한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합참의장이 군령권을 행사하면서도 합참을 구성하는 각 군 장교들의 인사권은 각 군 총장이 갖고 있다는 것은 합동성 체제를 오히려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인식은 "작전도, 무기도, 군대 조직도,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 속에 모두 녹아 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 대통령이 `작전'을 언급한 부분은 접적지역에서의 우리 군 작전개념이 변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그간 NLL 등 접적지역에서 우리 군의 작전개념은 지나치게 `수비형'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있었다. 과거 두 차례 연평해전이 대표적인 사례로 1차 연평해전에서는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을 선체로 밀어내다 기습공격을 받았고, 2차 연평해전에서는 차단기동을 위해 기동했다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 때문에 `경고방송-경고사격-격파사격' 3단계의 NLL 교전규칙을 `경고사격-격파사격'으로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물론 확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상존한다.
이 대통령은 이런 외형적인 변화를 지적하면서도 "강한 군대는 강한 무기보다도 강한 정신력이 더욱 중요하다"며 "우리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쳐 국방을 다루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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