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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구려 유적은 우리 것… 한국이 생트집" 억지

입력 : 2012-06-08 22:58:20 수정 : 2012-06-08 22: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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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언론 ‘만리장성 연장’ 국내 비판에 반박 글 중국의 장성 늘리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학계와 언론에서 장성에 옛 고구려와 발해 영역을 포함한 점을 문제 삼자, 중국 학계와 매체가 ‘생트집’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8일 국내 학계의 시각을 비판하는 ‘한국 매체가 만리장성을 고무줄에 빗대 비웃었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비판에 나선 인물은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뤼차오(呂超) 연구원. 그는 대표적인 ‘반한(反韓) 학자’로, 중국 매체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비판하거나 북한을 옹호할 때 주로 인용돼 왔다.

뤼 연구원은 “만리장성이 서쪽 가욕관(嘉欲關)에서 동쪽 산해관(山海關)까지라는 과거의 설은 부정확한 것”이라며 “중국 안에는 이보다 더 오래된 장성이 매우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다민족국가로 중국 안의 장성은 각 민족이 각각 다른 시기에 세운 것”이라며 “고구려 시기의 유적을 포함해 모두 중국 민족의 문화와 유산”이라고 강변했다.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 3면(왼쪽)에 ‘한국 매체가 만리장성을 고무줄에 빗대 비웃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려 있다. 오른쪽 사진은 환구시보 1면이다.
또 “이번 측량 결과에 대한 한국인의 비판은 의미가 없다”며 “일부 한국인은 중국의 장성 측량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난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날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인은 고구려가 조상이기 때문에 만리장성에 고구려를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황당하고 아무런 근거가 없는 생트집”이라고 강조했다. 뤼 연구원은 “고구려 문제는 역사 문제로 학술 토론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중국이 자신의 유산을 측량·조사하는 것을 막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민감한 대외 문제에 대해 중국 관변의 주류 견해를 대변해 온 매체다. 이 때문에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뤼 연구원의 발언이 중국 정부의 속내를 그대로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말하는 장성은 가욕관에서 산해관까지 6300여㎞라는 게 정설인데, 성격이 다른 성까지 줄줄이 엮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중국 정부의 진의나 의도는 알 수 없으나 고구려 유적까지 중국 민족의 유산이라는 뤼 연구원의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주중 한국대사관은 7일 중국 국가문물국에 이번 장성 측량조사 결과와 자료를 제공할 것을 구두로 요청했고, 이에 중국 정부는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학계에서는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임형진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우리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문제”라며 “정부가 명확한 역사인식을 바로세운 후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대중 창구를 열기 위해 민간 학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채널을 넓힐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중·일 3국 공동역사편찬위원회 한국위원장을 맡은 신주백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동북공정이라는 하나의 역사 프로젝트와 달리 집단의 정체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한국 고대사와 관련된 중국의 역사 인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은 언제라도 만리장성이나 간도 문제를 들고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주 기자,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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