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목단강변장·고려 대녕강장성도 장성으로 둔갑
“노선 끼워맞추기 의도”… 역사왜곡 강력대응 주문

역사학계는 이런 작업을 우리나라 북방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왜곡하기 위한 제2의 동북공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과 국내 역사학계의 통일적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12일 대회의실에서 ‘중국의 역대 장성 관련 전문가토론회’를 가진 자리에서 “중국 역사문물 관련 인터넷 사이트인 ‘문물신식망’을 통해 중국의 장성에 고구려와 발해의 장성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이성제 연구위원은 “중국 국가문물국의 공식 자료는 아직 입수하지 못했다”며 “비공식 자료이긴 하지만 랴오닝성의 진한(秦漢)장성, 지린성의 노변강토장성(老邊崗土長城), 헤이룽장성의 목단강변장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진한장성은 한나라의 군현이 존재했던 곳으로, 고구려 초기사와 관련돼 있으며, 지린성의 노변강토장성은 지린성과 랴오닝성에 이르는 500㎞에 달했던 고구려의 천리장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헤이룽장성의 목단강변장은 발해의 장성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이 동북공정과 별개의 장성 조사사업을 통해 자국 내 존재하는 장성을 모두 합쳐 길이를 늘린 것은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동북공정과 맥락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이란 중국 내 소수민족을 통합하기 위한 논리로, 중국의 역사왜곡 프로젝트는 이로부터 시작된다. 현재 중국 땅에 있거나 과거 또는 현재 중국 영토에 존재했던 모든 민족은 중국인에 속하며, 그들의 역사 또한 중국의 역사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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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국의 역대 장성 발표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 역사학자들이 중국의 만리장성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
남의현 강원대 사학과 교수는 “일본 자료를 보면 중국 내 역대 장성을 모두 합하면 5만㎞(10만리, 중국의 10리=5㎞)도 넘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중국은 터무니없는 장성의 실태를 왜곡하고 있다”며 “중국이 명나라 때 요동변장(遼東邊墻)을 장성으로 왜곡하는 데에는 한반도의 역사를 두만강과 압록강 이남에 묶어두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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