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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도 성대함 버리고 간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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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2-28 18:31:28 수정 : 2011-02-28 18: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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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관습 벗어나 가족끼리만”… 경제난·핵가족화 등 요인 분석 일본 사회의 급속한 초고령화는 장례 문화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인들은 대부분 불교식 장례를 치르는데, 납관과 고인을 밤새 추모하는 통야(通夜)와 출관 장례식, 호텔이나 대형 회관에 지인들이 모여 고인을 추도하는 ‘고별식’, 다비식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장례의 규모와 호화로움이 고인과 후손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이 때문에 성대한 장례식과 호화 분묘 조성이 1990년대부터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런 풍조에 극적인 변화가 왔다. 일본소비자협회가 작년 실시한 ‘장례에 관한 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형식이나 관습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가 56.9%로 절반을 넘었다. 복수응답으로 ‘가족만의 장례식으로 족하다’는 답변도 48.4%나 됐다.

다이이치생명보험 라이프디자인본부의 고다니 미도리 주임 연구원은 “경제 상황 악화와 함께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장례에 대한 전통적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80대 이상 고령자이다. 당연히 배우자도 고령이고 상주가 되는 자녀들조차 60세를 넘는 노인인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비용도 비용이지만 호화 장례를 하더라도 찾아줄 조문객 수가 적어지면서 장례가 소규모화, 저가격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소비자협회에 따르면 2007년 일본인의 장례식에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231만엔(약 3080만원)에 달했지만 2010년에는 199만8861엔으로 31만엔 정도 줄었다. 가족과 친척 등 소수인원만 모여서 치르는 ‘가족장’이나, 장례 절차를 대부분 생략하고 납관과 다비식만 하는 ‘초구소(直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통 대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간파하고 발빠르게 장례사업 진출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 백화점 그룹인 미쓰코시이세탄(三越伊勢丹) 홀딩스그룹은 올 4월 이후 장례사업에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미쓰코시와 이세탄 백화점의 카드 회원 약 300만명을 주된 고객으로 삼아 호텔이나 절 등과 연계해 장례식 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통대기업 ‘이온’도 2009년 9월부터 장례사업을 시작했고, 편의점 기업인 ‘패밀리마트’도 장례시장 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소규모 장례업자·사찰이 손잡고, 장례 전반을 관장하는 전통적 장례문화가 고비용 허례허식을 불러왔다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소비자 기대에 부응해 합리적인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전한다. 고령자의 증가로 장례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거품을 빼더라도 충분히 기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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