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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고료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선량한 시민’ 작가 김서진씨

입력 : 2013-02-13 21:29:35 수정 : 2013-02-13 21: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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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로 20년 살았지만 이제야 진짜 ‘작가’가 된 것 같아”
“방송작가로 20년 살았지만 한 번도 ‘작가’란 생각을 못하고 그냥 ‘자영업자’로 여겼어요. 이제부터는 소설을 쓰는 사람, 작가로 살아보려 합니다.”

세계일보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현문기획·라이브러리&리브로가 후원하는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뽑힌 김서진(49)씨의 다짐이다. 1993년 KBS 드라마 극본 공모에 당선된 지 꼭 20년 만에 어엿한 진짜 작가가 된 셈이다. 김씨는 자신을 소설가로 만들어준 세계문학상과의 인연부터 소개했다.

‘선량한 시민’으로 우수상에 당선된 김서진씨는 세계문학상에 응모하며 본명 ‘김진’ 대신 어머니 성(姓)을 딴 ‘서진’이란 이름을 썼다. 그는 “앞으로 아버지·어머니 성을 모두 딴 ‘김서진’이란 필명으로 활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정호 기자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자인 강희진(49)씨와 친해요. 함께 방송작가로 일하며 같은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죠. 그 친구가 2011년 ‘유령’으로 1억원 고료 세계문학상을 받은 게 큰 자극이 됐습니다. 부럽기도 하고 살짝 질투도 났죠.(웃음) 그래서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에 도전했는데 결과가 나빠 실망했어요.”

수상작 ‘선량한 시민’은 1년 전에 응모했다가 탈락한 장편소설을 대폭 손본 작품이다. 어느 폐쇄적인 마을에서 일어난 이유 없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우리 사회 여러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의 골을 형상화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연쇄살인 행각이 하나의 놀이로 희화화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파고든 추리소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결국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결말이 인상적” 등 호평을 얻었다.

“원래 공포영화와 스릴러를 광적으로 좋아해요. 공상과학소설(SF), 미스터리 등도 마찬가지죠. 어느날 문득 사람들이 살인사건에 열광하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라디오에서 ‘또 다른 피살체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막 환호하며 기쁨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그걸 소설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저녁을 먹는 도중 공책을 꺼내 줄거리를 적었습니다.”

김씨는 본인 표현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활자 중독증’을 앓았다. 심지어 한글을 깨치기 전부터 책을 펼쳐들고 봤을 정도다. 글을 배운 뒤로는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나 코난 도일(1859∼1930) 등 추리소설 대가들이 쓴 작품을 섭렵했다. 그렇다고 일찌감치 글을 쓰기로 마음을 굳힌 건 아니다. 대학에선 심리학을 전공했다. 석사학위까지 받고 공부를 더 해야 할지 고심하다가 방송작가로 방향을 틀었다.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다가 결혼 후 출산을 앞두고 집에서 쉴 때였어요. 우연히 TV광고를 보는데 드라마 대본 상금이 1000만원이나 하더군요. 아기를 낳고 꼭 일주일 만에 당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때 낳은 아들이 올해 대학에 합격했으니 꼭 20년이 흘렀죠.(웃음) 그런데 상을 받은 그 대본은 정작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20년째 대본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20년간 방송작가로 일한 김씨의 작품 중에는 대중에게 낯익은 것도 적지 않다. 우리 사회의 불륜과 이혼 세태를 적나라하게 그린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대표적이다. 김씨는 2001년부터 8년 동안 이 드라마 대본 집필에 참여했다.

“사실 나는 그렇게 성공적인 방송작가가 아닙니다. 20년간 연속극은 한 번도 못 쓰고 늘 단막극만 맡았으니까요. 단막극만 써서는 큰 돈을 벌지 못하거든요. 방송작가로 일한 기간 동안 월평균 수입은 150만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선량한 시민’을 추리소설로 규정한 심사위원들의 견해와 달리 김씨는 “장르소설의 성격을 일부 갖고 있지만 순수문학”이라고 강조했다. 추리물로 등단했다고 해서 앞으로 계속 추리물이나 미스터리만 쓰겠다는 생각도 전혀 없다.

“어떤 종류의 소설만 쓰겠다, 그런 생각은 안 합니다. 사실 방송대본은 자유롭지 못해요. 드라마 제작을 전제하기 때문에 PD나 배우의 의견, 대중의 취향 등을 무시할 수 없고 늘 제약을 받죠. 반면 소설은 작가의 자율성이 보장되잖아요. 내가 쓰고 싶은 얘기를 자유롭게 쓰고 싶어요. 앞으로 문학 안에서 내 마음대로 놀아보려 합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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