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3년 3월6일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주세페 베르디 작곡의 ‘라 트라비아타’는 한국인들에게 특히 친숙한 오페라다. 이 곡은 1948년 1월 부민관에서 ‘춘희(椿姬)’라는 제목으로 한국인들이 최초로 공연한 오페라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도 오페라라면 베르디를 떠올리고 베르디라면 ‘라 트라비아타’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라 트라비아타’의 초연이 축복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 오페라는 극중에서 애절하게 시들어 가는 고급 매춘부 여주인공인 비올레타 발레리의 타고난 운명을 담아냈다. 그런 역경이야말로 이 오페라의 진가를 말해준 것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때까지 오페라들이 고대의 신화나 전설 또는 역사나 괴테의 ‘파우스트’ 같은 고전을 소재로 했던 정석을 벗어난 것이었다.
‘라 트라비아타’는 19세기의 이야기인 데다 소재도 고급 창녀를 주인공으로 한 것이었다. 더욱이 베르디 자신이 그 주인공 알프레도와 비슷한 처지여서 비난은 더 거셌다. 베르디는 부인과 세 자녀를 병으로 잃고 좌절 상태에 빠졌다가 그의 오페라 ‘나부코’에 출연한 여가수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와 눈이 맞아 동거상태였던 것이다.
문제는 주세피나가 이미 한 남자가수와 극장 지배인 사이에서 각각 아이를 둔 미혼모였고 다른 스캔들도 많았다. 그것이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를 연상케 했다. 실은 베르디가 ‘라 트라비아타’의 원본 격인 연극 ‘춘희’를 보고 감동해 이를 오페라화한 것도 그런 동기에서였다.
실은 소설 ‘춘희’도 그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체험이 배어 있는 것이었다.
베르디는 이듬해 극의 시점을 한 세기 전으로 끌어올려 다시 공연한 결과 오페라 사상 최고의 히트를 쳤다. 이로써 그는 신화나 고전에 의존하는 오페라의 정석을 고치는 한편 ‘기품 있는 매춘부’의 패러다임까지 제시한 셈이다.
양평(언론인)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