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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강의 중에 소설의 개연성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이른바 ‘린다 문제’를 화제에 올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것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이 자신의 저서에서 인지적 오류 중 하나인 ‘결합 오류(conjunction fallacy)’를 설명하면서 했던 실험이다. 현재 서른한 살 미혼 여성인 린다는 화법이 직설적이며 매우 똑똑하다. 학생 시절 철학을 전공했고 차별과 사회정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자, 이제 생각해봅시다. 린다의 현재 직업이 은행원일 가능성 그리고 은행원이면서 페미니스트일 가능성 중 어느 쪽이 더 높을까요?

대니얼의 실험에서와 같이 학생들은 답이 너무 뻔히 보이는 질문 아니냐는 듯 주저 없이 후자를 꼽았다. 이는 린다의 배경 및 캐릭터가 페미니스트의 이미지에 부합하므로 일견 타당한 추론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은행원이면서 페미니스트인 집단은 단순히 은행원이기만 한 집단의 부분집합이므로 린다가 그것에 속할 확률은 단순 은행원 집단에 속할 확률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 린다에 대한 사전 정보들을 별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확률과 어긋나는 잘못된 추론을 한다는 것, 그리하여 판단의 오류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 해당 실험의 결론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그러한 실험 결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쓸 때는 인지적 오류에 속하는 후자의 캐릭터를 린다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쪽이 더 그럴듯하므로. 실제로는 확률이 더 낮더라도,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결론이더라도 독자는 그럴듯한 쪽에 설득된다고. 그것이 개연성이라고. 이론상 A 지점과 B 지점 사이의 최단 경로가 직선이라는 명제는 대부분의 상황에 들어맞지만 소설에서 A 국면과 B 국면 사이 최선의 경로는 직선이 아닐 때가 훨씬 많듯이 문학의 어떤 요소들은 사실 오류라고 말이다.

그때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 말씀도 맞지만 문학이 오류인 진짜 이유는 문학 작품보다 작가들의 자세에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진지했다. 작가들 인터뷰를 보면 다들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내 글을 읽어 준다면 나는 끝까지 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그거야말로 되게 비합리적이고 비경제적이고 비논리적인, 그러니까 오류 아닌가요? 학생의 말이 너무 합리적이고 경제적이고 논리적이어서 나는 수긍도 반박도 못하고 웃음부터 터뜨렸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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