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1회에 한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임대인(임대인의 직계 존속·직계 비속을 포함한다)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임대인이 실거주 계획이 없음에도 실거주 사유를 주장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실거주를 하지 않고 제3자에게 임대했다면 임대인은 갱신 거절로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임차인은 임대인이 실거주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임대인이 실거주 사유를 주장하기만 하면 집을 빼주고 사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요?
최근 대법원은 임대인이 실거주 사유로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하려면 실제 거주하려 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
대법원은 ‘실거주 의사’의 진실성 유무 판단 방법도 제시했습니다.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정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인정될 수 없지만, 임대인의 내심에 있는 장래에 대한 계획이라는 위 거절 사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임대인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 계약 갱신 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하여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파트 임차인인 피고들의 계약갱신 요구에 대해 임대인인 원고가 실제 거주를 이유로 거절한 뒤 그 아파트의 인도를 구하는 사안이었습니다. 원심은 원고가 주장하는 실거주 계획에 개연성이 있고, 원고가 가족관계나 부동산 소유 현황에 관해 거짓말을 하면서 실거주 요건 조항 해당 사유를 억지로 꾸며냈다든가, 주택을 타인에 임대하거나 매도하려고 시도하는 등 실거주 계획과 명백하게 모순되는 행위를 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이상 위 실거주 계획을 이유로 한 원고의 갱신 거절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가 드는 사정만으로는 원고나 원고 부모가 이 사건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정하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원심으로서는 원고나 원고 부모가 이 사건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에 관한 다른 사정이 있는지 등 앞서 본 사정을 종합해 심리함으로써, 원고나 원고 부모의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것인지 판단했어야 한다”고 보아 원고의 갱신 거절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김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chu.kim@barunlaw.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