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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법조인 과잉 국회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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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6 22:50:18 수정 : 2025-03-16 22: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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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방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지인들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적이 있다. 위로 전화를 했더니 크게 낙담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선거 비용을 많이 써 타격이 크지 않나”라고 걱정하니 “지역에서 지명도가 많이 올라가는 바람에 사건 수임이 늘고 수임료도 올라 손해 본 장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변호사로 돈을 벌어 다음 선거에 또 도전하겠단다. 정치인 하기 가장 좋은 직업이 변호사라는 말을 실감한 이유다.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과잉이다. 1993년 14대 국회에선 8.4%(299명 중 25명)가 법조인이었지만 22대 국회에선 20.3%(300명 중 61명)나 됐다. 국민의힘은 20명, 더불어민주당은 37명의 법조인이 당선됐는데, 국민의힘은 검사가 9명, 민주당은 변호사가 23명으로 가장 많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7.2%, 프랑스 하원은 4.8%, 일본 중의원은 3%가 법조인이다. 우리나라에서 법조인이 인구의 0.1%도 안 되는 걸 고려하면 과대 대표되고 있는 셈이다.

법조인 출신이 국정과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건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표적이고, 여권의 차기 주자군(오세훈·한동훈·홍준표)에도 상당수 있다. 법조인 출신 정치인 다수는 과거에 매몰되고 상상력·창의력·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치적 해법은 외면하고 툭하면 ‘법대로’만 외쳐서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가 서울대 법대 출신이 정치에서 실패하는 이유를 분석한 게 흥미롭다. “이들은 정치를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한다. 정치를 혼자 한다. 도와준 사람에게 감사할 줄 모른다.”

최근 줄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 사태를 법조계 출신 의원들이 주도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법조인 출신이 크게 늘었지만, 되레 정치는 퇴행하고 정치의 사법화만 심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법조계 출신 의원이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법 기술자’만 늘었다는 힐난이 나온다. 법조인 국회의원 정원제라도 만들어야 하나.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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