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음료, 과자, 빵 등 가공식품과 외식 메뉴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이상 기후로 일부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단가까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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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지수 상승률은 각각 2.7%, 2.9%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을 상회했다.
가격 인상 사례를 보면, 동아오츠카는 지난달 1일부터 ‘포카리스웨트’, ‘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대상은 지난달 16일 마요네즈, 후추, 드레싱 등 소스류 제품의 가격을 평균 19.1% 인상했다.
패스트푸드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버거킹은 설 연휴(1월 25∼30일)를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대표 메뉴인 와퍼를 비롯한 일부 제품의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커피 전문점들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달 24일부터 톨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고, 같은 날 할리스도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올렸다. 폴 바셋은 지난달 23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200∼400원 인상했다.
이달에도 가격 인상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는 지난 3일 샐러드바 성인 이용료를 1800원 인상했다. SPC 파리바게뜨는 오는 10일부터 빵 96종과 케이크 25종의 가격을 평균 5.9% 올릴 예정이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17일부터 초코 빼빼로 가격을 200원 인상해 2000원으로 조정하는 등 26종 제품의 가격을 평균 9.5% 올린다.
저가 커피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컴포즈커피는 오는 13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각각 300원씩 올려 1800원과 2800원에 판매한다. 빙그레도 다음 달부터 ‘더위사냥’, ‘붕어싸만코’ 등 아이스크림과 커피, 음료 일부 제품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할 예정이다.
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은 지난 6일 톤(t)당 8905달러(약 1288만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주일 만에 8%, 한 달 전보다 27% 오른 수치다.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도 지난해 12월 18일 t당 1만2565달러(약 1819만원)로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1만 달러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더해졌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50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등한 상태다. 올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외환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국내 식품업체들이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단가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물가 관리가 느슨해지면서 기업들의 가격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국 혼란 속에서 물가 안정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오는 11일 ‘식품업계 현안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각 식품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현장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정부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성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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